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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인연이라는 것(2) - 딸아이 성장기

by 칠칠너래 2005. 10. 3.

빨리 시장가서 ‘동생’ 하나 사가지고 오자”

 

우리딸 데려오던 날 정말 하늘이 구멍 난 줄 알았답니다. 억수 같은 장대비가 한없이 쏟아 붙더군요. 하늘도 슬펐는지…….

 

그렇게 안방에다 아기를 뉘어놓고 동네 아주머니한테 약간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우유는 어떻게 타고 온도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고, 아기가 울 때는 기저귀부터 보고…. 그리고 아주머니는 가셨습니다. 혼자 남은 나는 아기를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두려워 지더군요.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리고 찬찬히 아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후즐그래 한 강보와 배넷 저고리, 그 속에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아기 모습은 말 그대로 아기천사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들어오고 난 현관에 서서 “아기 왔어!” 손으로 안방을 가리키면서요. 알아서 하라고 했던 남편은 놀랬나 봅니다. 당황스럽기도 했겠죠. 선뜻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남편의 손을 제가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남편의 반응이 참 의외더군요.

 

“애기가 이렇게 작나?”

“애기니깐 작지. 이…….”

“얼굴이 이게 뭐야?”

“그건, 아기가 태어났을 때 바로 목욕을 안시켜서 그렇데.”

“이런 몹쓸 것들, 에휴~”

 

아기얼굴은 우리가 얼굴에 계란 맛사지하고 떼어놨을 때처럼 좀 지저분했었거든요. ㅎ

“목욕을 잘 시키면 없어진데.”

그러더니, “잘 키워봐.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말고.”

“응응. 잘 키울께”

“근데 어머니한텐 뭐라고 하지?”

그랬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내가 말할게.”

 

갑자기 아기가 울기 시작하더군요. 기저귀를 보고, 안아주기도 했는데 울음이 그치질 않더군요. 그때 남편이 하는 말, “배고파서 우나?” 아차 싶어서 우유를 타러 갔습니다. 우유를 타는 동안 우는 아기 달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였습니다.

 

“오오오~ 울지 마라 애기야! 까꿍 까꿍! 쥐방울(?) 만한 것이 울음소리 하난 크네.” 항상 조용하기만 하던 우리집을 아주 쬐끄만 아이 하나가 된통 흔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3개월 뒤 그 동네를 떠났습니다. 남편이 이사 가자고 해서.

 

아이는 무척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제가 생각하기엔 말이에요. 히힛~ 골목대장으로 컸던 딸아이가 어느 날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는 거에요.

 

“엄마 엄마, 우리 빨랑 시장가자.”

“왜?” 

아이는 제 지갑과 자기 애기 때 쓰던 이불을 가지고 나오는 거였어요. 제 손목을 잡아끌더니 “빨리 시장가서 ‘우리 동생’ 하나 사가지고 오자”고 그것도 ‘힘 쎈 남자동생’으로 사가지고 오자고 하더군요. 우히힛~

 

동생은 사올 수가 없다고 하니 시장에 별 거 별 거 다 파는데 왜 못사오냐고 해서 엄마가 낳아야하는데 동생을 낳을 수가 없다고 제 배의 수술자국을 보여줬습니다. 그 실망하는 얼굴표정이 정말 너무 귀여웠어요. ^^

 

사연인즉, 애들하고 놀다가 싸움이 났는데 하필 두 남매와 언쟁을 하다 보니 둘이라 벅찼든가 봅니다. 그렇게 우리아이는 커갔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아침식사 중에, 딸아이가 느닷없이 “엄마 나 주워왔어?” 남편과 나는 너무나 놀라서 순간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밥숟가락을 든 남편의 손이 떨리는 것도 봤구요. 난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누가 그래?”, “언니가 그러던데.”

“너 언니 말 안들었지? 말 잘 듣고 놀아야지 니가 고집부렸구만.”, “웅! 언니를 약올리긴 햇지. ㅋㅋ” 그 소리 들었던 남편은 바로 시골로 갔고 그 말을 한 애를 호되게 야단을 쳤던 모양입니다.

 

그 언니란 애는 우리 넷째 동서네 딸인데 제가 신생아 목욕이 서툴러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 형님께서 데리고 왔었거든요. ㅜ.ㅜ

 

다행이 넘어갔다 싶었는데 어느 날 남편의 형이 찾아왔습니다. 우리집을 저당을 잡혀서 돈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남편한테 말했더니 안된다고 절대 안된다고 거절 하더군요. 사실 그동안 몇 번 해줬지만 번번이 돈만 날렸거든요.

 

남편한텐 말이 안통하니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전화로 괴롭히더니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더군요. 막말은 기본이고 저의 약점인 애기도 못낳는 여자한테 사람 대접해줬더니 무엇이 어쩌고저쩌고.

 

전 남편한테 해주자고 했고 남편은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눈에 흙이 들어와도 못해준다고요.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붇기라면서요. 그리고 우리집은 아수라장이 됬습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었던가 봅니다.

 

그리고 어색한 시간이 나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밥을 안먹어도, 방에서 안나와도,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남편과 나도 우리딸도 서로가 말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답답해했고, 남편은 시간이 흐를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더군요.

 

어느 휴일날 전 딸아이의 손을 잡고 영아원으로 향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와 5살 미만이 있는 곳, 거기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려고 딸아이를 찾는데 벤치 구석에서 울고 있는 딸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어찌나 울었던지 딸아이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고, 전 가만히 딸아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난 한 번도 네가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고, 넌 내 자식이고 우리딸이라고.

 

“엄마! 난 저애들을 보면서 나를 봤어. 엄마한테 너무 고맙고 아빠한테도 너무 너무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 말을 했습니다.

 

‘친부모가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우린 괜찮으니깐 허심탄회하게 말해주면 고맙겠다’고 해줬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물불 안가리고 찾아줄 생각이거든요. ^^

 

그리곤 아빠한테 밥 사달라고 하자 하면서 세 식구 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딸이 하는 말이, 그동안 이렇게 키워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절대 엄마 아빠한테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라고.

 

지가 아직은 어려서 엄마 아빠한테 아무것도 해줄 순 없지만, 자기가 다 크고 성인이 되면 엄마 아빠가 저한테 보내준 사랑을 배로 갚는 다고 하더군요. 우리부부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행복해서요. 너무너무 행복했거든요.

 

이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너무너무 대견스럽습니다. 애기 때도 얼마나 건강하던지, 어쩌다가 감기라도 앓으면 보채지도 않는 애가 너무너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투정도 안부리고 몸에 열이 나면 가만히 누워서 잠만 자던 애가 우리딸이랍니다. 그 모습도 얼마나 안쓰러웠던지.

주위에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된 사람들이 가끔은 나를 힘들게 하더군요. “어머 어머!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친부모라면 저렇게 했겠냐는 둥, 밥을 조금만 늦게 줘도, 학교에 안찾아 다니는 것도, 모든 게 흉이 되서 나에게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꿋꿋하게 견디어냈죠. 후후~

 

어느 날 동네에서 알게 된 친구가 와서 하는 말이 애한테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사실 아이가 모든 걸 알고 나선 아이에게서 한 발자욱 뒤로 물러났었거든요. 모든 걸 제가 결정하지 않고 애가 결정하게 하고 그걸 지켜보고 있었던 중인데, 남들 눈엔 무관심한 엄마로 아니 ‘줏어다 키운 엄마가 그렇지 뭐’ 하는 자기들의 잣대로 저를 재기 시작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을 했죠. 지금은 말하지 말자. 너도 애들을 키우니깐 나중에 말하자. 자식농사 누가 잘했나 내기할래? 옆에다 끼고 오냐오냐 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고 큰소리 뻥뻥 쳤습니다. 속으론 찔리면서도요. 히힛

 

그리고 우리집안에 신경 꺼달라고 하더라고 동네사람들한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제가 그랫죠. ‘잘났어 정말. 같잖게 굴고 있네, 전부들. 야야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나한테 확인시켜주는 건 알고 있니? 난 잊어버리고 생각도 않는 것을 니들이 알려주더라.’ 난 한 번도 딸아이가 입양아란 걸 생각 안했거든요. 그런 느낌도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난 두고 볼 것이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자식농사를 잘하는지 내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테니깐, 너도 잘 키워. 알았냐?’ 사실 전 믿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명랑해지고 발랄해지는 우리딸을….

 

그리고 애가 크면서 유난히도 사랑을 많이 받는 애로 크더군요. 시댁에서 어른들의 사랑이 넘치고요, 친정에서도 귀여움을 듬뿍 받고요. 지금은 제 주위에서 얼마나 부러워들 하는지……. ^^ 인덕이라고 해야 하나요? 우리 딸아이 처음 본 시어머니 말씀이 “아이가 귀인상이구나.”

 

이 이야기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더군요. 제가 이토록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준 우리남편이 너무 고맙구요. ^^ 잘 자라준 우리 딸아이에게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