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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펌글]좋은글 모음

[펌글]인연이라는 것(1)

by 칠칠너래 2005. 10. 3.

엄마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다른 날보다 늦게 들어온 딸이 느닷없이 품에 안기더니 하는 말이,

"엄마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뜬금없는 행동이라 “얘가 왜이래?!” 싫진 않더군요. ^^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요즘 도시락 사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아빠 엄마가 너무너무 고맙다고 하더군요. 당연한 걸 가지고 뭐가 고맙기까지 하냐고 했더니, 딸이 하는 말이 ..

엄마 아빠가 없었다면 자기도 초라한 도시락 먹는 아이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다시 한 번 아빠 엄마의 덕택으로 윤택하게 지낼 수 있어서 이 은혜를 어떡게 갚을까 생각하다가, 엄마 아빠가 자기한테 준 사랑을 저희에게 배로 갚아준다’네요. ^^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딸아이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코끝이 찡하면서 “아이구, 울 딸 다 컷네.” 궁뎅이 두둘겨 줬습니다.

 

우린 세 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30년이 다 되가네요.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도 아기가 들어서질 않더군요.
그렇다고 고민도 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가 집에 놀러 오셔서 하는 말이 “어이 늙은 새댁! 아이 하나 안키워 볼래?” 하는 것이었습니다.

 

잉?! 그러더니 기막힌 사연 하나를 풀어 놓으시더군요. 어느 산모가 조산원에다 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데려가고 딸이면 버리고 간다고 하더니 딸을 낳았다고 버리고 갔다는군요.

 

낳은 지 3일 됐는데 죽으라고 포대기를 씌워났는데 죽지도 않고 있어서 그 산모 친척이 집으로 데려갔는데 키울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해서, 그 아주머니가 우리 동네에 결혼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이가 없는 집이 하나 있긴 한데 그 집에 가서 말해본다고 하시고 저희 집에 오신 거라고 하더군요.

 

이상한 것은 얼굴도 안본 그 아이가 너무너무 불쌍해서 견디기가 힘들었죠..그래서 남편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이 저보고 판단해서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전 대뜸 키우겠다고 했고, 그날 저녁에 아주머니를 앞장세우고 바로 그 집으로 갔습니다. 억수로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면서요.

 

강보에 싸인 아기는 너무너무 조그마했습니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아기를 안은 순간 이아기가 낯설지가 않다는 이상하게도 환한 반가움으로 나에게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발길도 가벼워졌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분주해졌습니다. 남편 보고 조금 늦게 출근하라고 하고 아기용품집에 가서 아기 이불부터 배냇저고리와 기저귀, 우유병, 가방, 신발, 기타 등등 잔뜩 사들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거였어요.  

 

우는 아기 달래느라고 쩔쩔매는 남편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렇게 우리집은 활기가 가득찬 집으로 변해가더군요.

 

그리고 그런 딸이 대학생이 되어서 저런 소리를 나한테 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억도 많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던 것 같군요.

이런 우리 가정이 있기까지 항상 변함없는 친구 같은 남편과 친구 같은 딸이 있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겠죠?

 

[피에쑤〕 글 솜씨가 없어서 죄송하구요.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우리딸이 입양한 사실을 알게 되었나 알려드릴께요.

인연이란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