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국민"이란 개념이 존재할수있을까? 있다면 어느나라 국민일까?
일부학자들은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금전에 대한 집착과 장사수완의 면에서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 TV드라마가 거의 재산분쟁과 관련한 것들이었으며 우리나라처럼 로맨스에 관한 드라마가 거의 없었다는것은 하나의 방증이다. 그러기에 중국의 공산화는 현대사의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산주의에 가장 적합한 국민은 누구일까? 일부에서는 한국이라고 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국민성을 고려할때 골고루 잘 살거나 또는 골고루 못사는 공산주의체제야말로 한국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체제라는것이다. 그래서 남한이 자본주의를 채택하여 성공하것이 또하나의 현대사의 기적으로 불리기도한다.
여기에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분들도 있다. 한국인들이야말로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국민성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분들이다.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 한국인들의 질투심이 치열한 경쟁을 결과하였으며 그러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오늘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이를테면 오늘날의 필리핀이 후진국대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하급계층의 상급계층에 대한 질투심의 결여로 인한 경쟁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어느 주장이 옳을까? 어느 주장이 옳든간에 한국인들의 질투심 또는 경쟁심이 대단한데 대해서는 별로 이론이 없는듯하다.
이러한 "배아픔"의 심성은 원래부터 한국인들에게 고유한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양반과 상놈, 귀족과 평민의 구별이 엄격할 때는 하급계층이 상급계층에 대해 감히 배아픔을 느끼지않았던듯한 흔적을 역사기록에서 흔히 찾아 볼수 있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며 계급이 붕괴된 이후에 만들어 진 심성이 아닌가한다. 몇가지 예를 들어본다.
-1955년 총건평 1,200평(12,000평이 아님)인 2층짜리 신신백화점을 건축할 때 우리나라의 탑 파이브 "대형"건설회사들이 합동으로 컨소시움을 형성해야만 했다.
- 조선일보가 합법, 반합법 그리고 비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치부하기 이전인 1955년 조선일보의 취재차량은 한대밖에 없었다. 기자들은 주로 걸어다녔다.
-1955년 최초의 엘리베이터 있는 5층건물을 지을때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기술선진국"인 필리핀의 기술자들이 방한해야 했다.
-1955년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인 제일제당이 출범하였을때 수입해 온 제당기계가 돌아가지 않자 지나가는 엿장수에게 "자문"을 구했으며 원당을 조금씩 투입해 보라는 그의 자문에 의해 기계가 돌아갔다.
위의 예들은 경제적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그 절대적 부의 차이가 그리 크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부의 차이가 그리 크지않았다는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빌 게이츠가 500억불의 자산가라고해도 별 질투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똑 같이 가난뱅이였던 친구가 1년사이에 벤처열풍에 힘입어 재벌이 되면 "고통"을 느끼는것이다.
이같은 논리에서 보면 김영삼의 김대중에 대한 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이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를 했으며 똑같이 민주화투쟁을 했으면서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국내외에서 세계사에 기록될 인물로 대우받는 한편 자신은 나라를 말아먹은 인간으로 취급받는것이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고싶고 땅을 바라보며 통탄하고 싶을것이다. 정치공학 또는 정치역정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다. 오로지 질투의 심리학에서 바라보면 충분하다고 본다.
근래 한나라당, 민주당, 일부 시민단체의 행태에 대해 여러 설들이 있으나 학력고사수석, 사법고시수석들도 섞여있는 그들의 면면을 볼때 그들을 단순한 개잡놈들의 집합체로 보아서는 아니되며(개잡놈들임을 부정하는 뜻은 아님) 사안을 다른 시각에서 관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떵떵거릴때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떨어져 온갖 수모를 받던 그, 돈이 없어 여관도 아닌 여인숙에 선거본부를 차렸던 그, 대통령에 당선되고나서도 신용카드가 정지되어 있었던 그에 대한 피눈물이라도 뿌리고싶을 정도의 처절한 배아픔이 그들행태의 주된 모티브가 아닐까.
그 처절한 배아픔이 그들의 눈을 멀게하고 그들의 귀를 막고있는게 아닐까. 그런점에서 오늘날의 한국정치는 정치공학이나 정치철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심리학, 그중에서도 질투와 관련한 잠재심리학의 관점에서 다루어도 충분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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