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TC[잡다한것들]/과학 읽을거리

블랙홀1

by 칠칠너래 2007. 2. 17.

 

블랙홀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나 천체물리학 대학원 과정의 지식이 필요하면서도

아이들의 만화나 놀이에서까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같은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블랙홀은 현대 과학의 어려운 연구 주제인 동시에 과학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천체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 처럼 블랙홀은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천체이다.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탈출속도가 광속보다 커서 빛조차 나가지 못하는 천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 빛(발견되지 않은 타키온은 논외다.)인데, 이조차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세상 모든것이 빨려 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뭐, 최근 들어 호킹복사 같은 이론이 나오기도 했으며, 웜홀 등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으나 이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이며, 그나마도 대부분 빨려 들어간 물체 그 자체는 우리 우주로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모든 물체를 빨아들이는 천체라고 말할 수 있다.



검은 구멍이란 의미의 블랙홀.

그 이름은 미국의 물리학자 휠러(J.Wheeler, 1911~)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1953년 인도의 캘커타가 씨라즈 웃 돌라에게 함락되었을 때 영국병사들 146명이 작은 토굴에 갇힌 적이 있다.

다음날 토굴을 열어 보니 123명이 죽어 있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을 캘커타의 블랙홀이라 불렀다.

1969년, 휠러가 블랙홀에 대한 대중강연을 할 때 한 청중이 캘커타의 블랙홀과 같은 천체냐고 묻게 되었고 그 후로 휠러교수가 이 천체에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빛 조차 빠져나갈 수 없다는 블랙홀의 개념은 꽤 오래 전에 이미 생각되었다.

영국의 물리학자 미첼과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1780년대에 블랙홀이라 할 수 있는 천체의 개념을 처음 생각해 내었다.

그들은 질량체에 의해 빛도 휠 수 있고,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도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뉴턴중력에서는 질량이 없는 빛에 대해서는 수식적으로 논할 수가 없었고 이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나올 때까지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채 잊혀져 있어야만 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등가원리를 기초로 하여 일반상대론을 발표하게 된다.

일반상대론에서는 중력은 질량체가 시공간을 휘게 하여 나타나는 것이라 설명하는데 빛도 시공간을 따라가야 하므로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빛도 휘게 된다.

이 사실은 1919년 영국의 에딩턴이 개기일식때 태양에 의해 별빛이 휘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확인되어 널리 믿어지게 되었다.

1916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칼 슈바르츠실드가 진공에서의 구대칭인 회전하지 않는 점질량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 슈바르츠실드 해를 구하게 되었다.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슈바르츠실드의 해에 따르면 점질량 주위에서는 수학적으로 이상한 특성을 지니는 경계면이 생성되며, 이 경계면을 기준으로 그 안에서는 아무것도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예측된다.

이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son) 이라 한다.

사건의 지평선은 일반적으로 블랙홀과 우리 우주를 나누는 경계로 여겨지며,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것은 설사 빛이라 할 지라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블랙홀이라고 전부 다 똑같은 시꺼먼 구멍, 공장에서 찍어낸 AK-47 같이 동일한게 아니다.

뭐, one Of 1000 은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블랙홀도 그들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닌다.



블랙홀은 오직 3가지만의 특성을 지닌다.

질량, 전하, 각운동량

이 특성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특성들의 정보는 천체가 블랙홀이 될 때 사라져 버린다.

모든 블랙홀은 시공간을 휘어놓게 되는데 블랙홀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은 저 세가지 물리량에만 의존하며 여기에는 저 세가지 정보를 제외하고는 블랙홀이 되기 전에 가졌던 그 어떤 정보도 나타나지 않는다.

즉, 도라에몽의 찐빵같이 생긴 별이 쪼그라 들어서 블랙홀이 되든 감자같이 생긴 별이 블랙홀이 되든,
파란 별이 블랙홀이 되든, 빨간 블랙홀이 별이 되든, 리블 별(?!)이 블랙홀이 되든
질량, 전하, 각운동량만 같다면, 우리에게는 두 블랙홀이 완전히 똑같게 보이는 것이다.

앞서 블랙홀의 이름을 지었던 휠러가 이를 가리켜,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 라고 하여,

[블랙홀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 이라는 세개의 특성만을 지닌다]

라고 하는, 블랙홀의 '무모정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실제로, 사건의 지평선은 천체가 블랙홀이 되기 전에 있었던 표면의 구겨짐이 없기 때문에 저 콜리나 심판의 머리보다 훨씬 매끈할 것이다.

천체가 원래의 특성을 잃어, 그 표면인 사건의 지평선이 대머리처럼 매끈하여 무모정리라 하였는지,

휠러가 블랙홀의 특성들을 털로 묘사한 다음 잡다한 특성들이 없다고 무모정리라 하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은

아마도, 그리고 지배적으로 여겨지기로는, 후자가 맞을 것이다.



흐음... 말을 약간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다.

블랙홀은 털을 가지지 않는다가 아니라, 질량, 전하, 각운동량이라는 세가지의 털을 가진다고.




뭐, 어쨋든.

앞서 말했듯이 블랙홀은 세가지 특성을 지니며, 그 특성의 유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블랙홀은 너무나도 큰 중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천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블랙홀은 그 중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중력의 정의대로, 질량을 가진 천체이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질량의 유무는 블랙홀의 종류를 나누는 특성이 될 수 없다.


질량 없는 블랙홀이라...

그건 밀을 쓰지 않고 밀가루를 만든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다.


하지만, 전하나 각운동량은 블랙홀의 존재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전하나 각운동량을 가지지 않은 블랙홀은 질량이 없는 블랙홀과는 달리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축하기 전의 별이, 질량은 크면서 전기적으로 중성이었다면 블랙홀은 전하를 띄지 않을 것이고

수축하기 전의 별이, 회전하지 않고 있었다면 블랙홀은 각운동량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하나 각운동량의 유무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지며 그것들을 서술하는 식, 아인슈타인 장 방정식의 해도 달라져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발표된 뒤,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에 대해

회전하지 않으며 전하를 띄지 않는 질량체에 관한 해는 앞에서 말했듯이 칼 슈바르츠실드가,

회전하지 않으며 전하를 띄는 질량체에 관한 해는 독일의 라이스너와 네덜란드의 노드르스트롬이

회전하며 전하를 띄지 않는 질량체에 관한 해는 뉴질랜드의 커가,

회전하며 전하를 띄는 질량체에 관한 해는 피츠버그 대학의 뉴먼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업적들을 기려,

회전하지 않으며 전하를 띄지 않는 블랙홀을 슈바르츠실드 블랙홀,

회전하지 않으며 전하를 띄는 블랙홀을 라이스너-노드스트롬 블랙홀,

회전하며 전하를 띄지 않는 블랙홀을 커 블랙홀,

회전하며 전하를 띄는 블랙홀을 커-뉴먼 블랙홀이라 이름붙였다.



사람들은 우주에는 커 블랙홀이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우주의 대부분의 천체는, 지구를 포함하여, 회전하고 있다.

또한 가만히 있는 천체라도 어떤 운동하는 물체가 중심을 살짝 비켜나서 충돌하기만 해도 돌기 시작해 버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천체는 생성될 때에 우주의 물질들이 모여서 생성되는데

이때의 물질들은 저마다 물질들의 질량 중심에 대해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어서,

모아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각운동량이 생길 확률이 아주 아주 아주 높다.

이와 같이 사실상 모든 천체는 회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블랙홀 역시, 회전하는 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전하를 띈 블랙홀의 경우에는 자신과 반대 전하를 띈 물질을 더 강하게 끌어당긴다.

따라서 블랙홀이 전하를 띄게 되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성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아마 우주에는 전하를 띈 블랙홀은 얼마 없으리라 추측한다.





블랙홀은 전하와 각운동량의 유무 뿐 아니라 그 질량에 따라서도

태양 질량 정도의 항성 질량 블랙홀

태양 질량의 10의 7승에서 9승배 정도 되는 거대 질량 블랙홀

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정도라 함은 order of magnitude를 나타내는 것임.


항성 질량 블랙홀은, 잘 알려져 있듯이, 질량이 큰 별의 진화과정의 마지막에 생기는 블랙홀로 일반적인 항성 정도의 질량을 가진다.

거대 질량 블랙홀은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위치한다고 여겨진다.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은하 중심에도 하나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 블랙홀은 처음부터 큰 질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은하 형성 초기에 은하의 가스와 별 등을 잡아먹으면서 커진 것이며, 은하의 진화와 함께 성장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중간 질량 블랙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우주 생성 초기에는 미니 블랙홀들이 생겼었을 것이나, 이미 증발해 버렸으리라 추측된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짧은 시간 동안 양자역학적으로 블랙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색' (QCD 에서의) 을 띈 블랙홀 등, 다른 종류의 블랙홀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출처 :http://www.mediamob.co.kr/kys8912/blog.aspx?ID=107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