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예부터 강이로되 바라 보는이는 다르네....
모처럼 감기로 기침까지 그치지않아 읍내의 조그마한 내과에 가게 되었다.
거의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가 대부분인걸보니 의사가 예의바르신 분인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기도 하고 서성이다 보니 벽에 걸린
한폭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강가에서 턱을괴고 쉬고있는 촌로의 모습을 그린그림인데 그 제목이 인상깊다.
"강은 예부터
강이로되 바라보는이는 다르네...." 그그림을 바라보노라니 많은 상념들이스친다.
내 나이 벌써 55세!
도시를 박차고 이 산골로 들어온지가 벌써 13년!...그렇다면 작게 앞으로 10년후면 ?
참으로 속된말로 별볼일 없는 나이아닌가?
그것도 운좋아 그때까지 암 안걸리고 산다는것도 어쩌면 행운인데.
천년만년 자기만은 아무일없을것이라고 당연시하며 제잘난멋에 사는게 인생인데.
사실은 저 화가가그린 저 그림의 제목처럼 신속히 사라질 뿐인데...어쩌면 내일 아니면 모레 길게는 몇달후에 사라질지 누군들 장담하겠는가?
....
간호원아가씨 호출에 생각은 잠시 끊겻지만 나는 개울을 볼때마다 그 그림의 제목이 생각난다. 특히나 오늘같이 찬바람이 에이는 밤... 눈덮인 산천을 바라보며 혼자거닐땐 특히그렇다.
이 살아 있다는것이! 이상념에 잠길수있다는것이 얼마나 축복이랴! 그저감사할뿐이다.
지난 13년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내 어릴적 그려 보든 나만의 공간에서 이 깊은 산속에서 아무 눈치안보고 인생을 즐길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뿐이다.
저 흐르는 강물을 좀더 오래 바라볼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간직하며 멀리보이는
어둠속에 묻힌 나의집 그 희미한 불빛속에 묻혀 안연히 노닐 내가족을 그리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나 저 흐르는강물을 바라볼런지는 알수없지만 그때까지 더욱 진실하게 살아보자... 구정 전날 영하 20도는 됨직한날밤 집앞의
눈덮힌 산속을 혼자 거닐며 그저 이생각 저생각에 이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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