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쓰신 분은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이웃마을에 사시는 분으로서 14년전 서울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시골에 정착하신 분입니다.
바로 앞글"산골에 정착한다는 것" 도 이분이 쓰신 글입니다만, 시골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체험에서 우러 나오는 느낌을 바탕으로 솔직담백하게 그려 놓은 글이라 생각되어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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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특색들은 독특해서 모든계절이 아름답지만, 가 을 !
나는 이 가을을 더 좋아한다.앞산과 우리집 앞마당의 지는 낙엽을바라보며 또한 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그순간이 너무도좋다.
누가 게으르다한들 나는 낙엽을 쓸지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콩이며 팥,들깨며 참깨를추수할때 흐르는땀을 닦으며 사이사이
마누라와 함께 쉬는 그순간 어우러진 가을의 정경과함께 한잔 기울이는 그 소주맛도 일품이다. 얼마안되는 소중한 땀의 결실들이 돈의 가치를 떠나 소중해서 좋다.
그중에 또하나 나에게는 특별한 추수가있어 즐겁다.
아니 이러한즐거움은 한국땅 어느곳에서도 나 혼자 뿐이지 싶다.
자초지종 사유인즉 1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이곳 산골로 이사온첫해 (1991년)가을! 우리집 앞마당에는아름드리 잣나무가 (어른한아름+50cm크기) 우뚝서있다.
그해가을 잣이 유난히도 많이 열렸다. 저 잣을 어떻게 따지? 궁리에 궁리를해도 방법이없다.
운동신경도 둔한사람이 이나이에 저높은 나무를 올라갈수도없고..
할수없이 이웃집 아저씨께 (현재는작고하심)물어보기로했다.
어르신! 우리집 저 잣을 어떻게 딸수 없을까요?
아저씨말씀" 그걸어떻게 따겠소.나무에오르지도못할것같은데 포기하시오. 다 청설모 차지밖에 더되겠소! "( 청설모--다람쥐과의 크기가 소년 팔둑만한 날쎄기가 대단한 왕 다람쥐라고나할까?) 바로 그청설모 몫이니까 포기하란다.
그래도 무슨방법이 없을까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날 앞마당의 의자에앉아 쉬고있는데 잣나무 위에서 소란스럽다.
자세히보니 청설모다! 고놈의 청설모가 잣을 따러온모양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관찰을 시작하였다.
뚝 ! 바닥으로 잣송이가 떨어진다
곧이어 또 툭!하고 떨어진다.
어쭈!
반사적으로 일어나 잣나무 밑으로 잽싸게 다가가서 살펴보니 4-5개의 잣송이가 떨어져있지않은가! 얼른 주워가지고 좀 떨어진 장소에 몸을숨겼다.
조금후 청설모란놈이 땅으로 내려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잣을 찾는가보다.
그러나 내가 이미 슬쩍했으니 잣이 있을리없다.(사실인즉 주인은 나고 청설모가 도둑인데..)
한참을 찾던 청설모가 다시 나무에오른다.
또다시 5-6개의 잣을 따내린다.
툭! 툭! 또다시 나는 몸을날려 (우리딸이 아빠모습이 너무도 우습단다) 잽싸게주워오고 몸을 숨긴다.이러기를 몇번 반복 하다보니 꽤 많은 잣송이가 모아졌다.
어느덧 청설모가 눈치챘는지 특유의 몸짓과 소리를 지른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몇년을 관찰하니 그것은 약이올라서 항의성 행동이라는것을 알게됨)
하여튼 그날은지나가고 다음날도 똑같은 수확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한 일주일정도에 80kg쌀자루하나 가득히 잣을땄다.
이 기가막힌 사실에 어안이벙벙할수밖에 없었다. 이사실을 동네사람에게 이야기해도
믿으려하지않는다.그러나 잣송이 자루를 보고 참 기막힌 추수도 다있네 하며 그제서야 믿는다. 이 기가막힌 추수가 벌써 14년째다!
올해도 잣이풍년이라 꼭 한자루가득 잣을 수확해서 온가족이 나누어먹었다.
참으로 믿거나 말거나다! (너무야박해서 끝으로 얼마의잣은 남겨놓음)
이래 저래 나는 이가을 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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