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펌글]좋은글 모음

나의 가을 추수

by 칠칠너래 2005. 10. 18.

 

이글을 쓰신 분은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이웃마을에 사시는 분으로서 14년전 서울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시골에 정착하신 분입니다.

바로 앞글"산골에 정착한다는 것" 도 이분이 쓰신 글입니다만, 시골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체험에서 우러 나오는 느낌을 바탕으로 솔직담백하게 그려 놓은 글이라 생각되어서

옮겨 봅니다.

......................................................................................................................................

 

계절마다 특색들은 독특해서 모든계절이 아름답지만,  가 을 !

나는 이 가을을 더 좋아한다.앞산과 우리집 앞마당의 지는 낙엽을바라보며 또한 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그순간이 너무도좋다.

 

누가 게으르다한들 나는 낙엽을 쓸지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콩이며 팥,들깨며 참깨를추수할때 흐르는땀을 닦으며 사이사이

마누라와 함께 쉬는 그순간  어우러진 가을의 정경과함께 한잔 기울이는 그 소주맛도 일품이다. 얼마안되는 소중한 땀의 결실들이 돈의 가치를 떠나 소중해서 좋다.

 

그중에 또하나 나에게는 특별한 추수가있어 즐겁다.

아니 이러한즐거움은 한국땅 어느곳에서도 나 혼자 뿐이지 싶다.

 

자초지종 사유인즉 1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이곳 산골로 이사온첫해 (1991년)가을!    우리집 앞마당에는아름드리 잣나무가 (어른한아름+50cm크기) 우뚝서있다.

 

그해가을 잣이 유난히도 많이 열렸다. 저 잣을 어떻게 따지? 궁리에 궁리를해도 방법이없다.

운동신경도 둔한사람이 이나이에 저높은 나무를 올라갈수도없고..

할수없이  이웃집 아저씨께 (현재는작고하심)물어보기로했다. 

 

어르신! 우리집 저 잣을 어떻게 딸수 없을까요? 

아저씨말씀" 그걸어떻게 따겠소.나무에오르지도못할것같은데 포기하시오. 다 청설모 차지밖에 더되겠소! "( 청설모--다람쥐과의 크기가 소년 팔둑만한 날쎄기가 대단한 왕 다람쥐라고나할까?) 바로 그청설모 몫이니까 포기하란다.

그래도 무슨방법이 없을까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날 앞마당의 의자에앉아 쉬고있는데 잣나무 위에서 소란스럽다.

자세히보니 청설모다! 고놈의 청설모가 잣을 따러온모양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관찰을 시작하였다.

 

뚝 ! 바닥으로 잣송이가 떨어진다

곧이어 또 툭!하고 떨어진다.

 

어쭈!

반사적으로 일어나 잣나무 밑으로 잽싸게 다가가서 살펴보니 4-5개의 잣송이가 떨어져있지않은가! 얼른 주워가지고 좀 떨어진 장소에 몸을숨겼다.

조금후 청설모란놈이 땅으로 내려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잣을 찾는가보다.

 

그러나 내가 이미 슬쩍했으니 잣이 있을리없다.(사실인즉 주인은 나고 청설모가 도둑인데..)

한참을 찾던 청설모가 다시 나무에오른다.

 

또다시 5-6개의 잣을 따내린다.

툭! 툭! 또다시 나는 몸을날려 (우리딸이 아빠모습이 너무도 우습단다) 잽싸게주워오고 몸을 숨긴다.이러기를 몇번 반복 하다보니 꽤 많은 잣송이가 모아졌다.

 

어느덧 청설모가 눈치챘는지 특유의 몸짓과 소리를 지른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몇년을 관찰하니 그것은 약이올라서 항의성 행동이라는것을 알게됨)

 

하여튼 그날은지나가고 다음날도 똑같은 수확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한 일주일정도에 80kg쌀자루하나 가득히 잣을땄다.

 

이 기가막힌 사실에 어안이벙벙할수밖에 없었다. 이사실을 동네사람에게 이야기해도

믿으려하지않는다.그러나 잣송이 자루를 보고 참 기막힌 추수도 다있네 하며 그제서야 믿는다. 이 기가막힌 추수가 벌써 14년째다!

 

올해도 잣이풍년이라 꼭 한자루가득 잣을 수확해서 온가족이 나누어먹었다.

참으로 믿거나 말거나다!  (너무야박해서 끝으로 얼마의잣은 남겨놓음)

이래 저래 나는 이가을 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