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lows-James H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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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가 몇가지 됩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해왔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버리지 않을것 같은 취미가 바로 낚시 입니다.
직장생활을 시작 하면서부터 휴일이나 돼야 낚시를 갈수 있었는데..
이게 참 감질나는 노릇이더군요.
토요일날 저녁에 가서 밤 낚시 하고 일요일날 철수 하고 몇시간만 더 하고 싶은데
낼 출근을 해야 하니..
항상 철수 할땐 아쉬운 마음이었지요.
그래서 항상 철수 할때면 절치부심(?) 다짐했던게 있습니다.
내 언제 직장 때려치는날 기어코 뿌리를 뽑고 말리라!
신물이 날때까지 함 해보리라!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회사에 사표를 낸후 우선 급한일좀 처리 해놓고 나서 아내에게 말했지요.
나 머리도 식히고 사업구상도 좀 해야 하니 넉넉잡아 20일쯤 날 찾지 마시라...
가끔 내가 연락을 할테니 걱정 하지 마시라..
그때야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니 좀 외진 곳으로 가면
집으로 연락 할 방법이 전혀 없지요.
뭐 선뜻 그러라고 허락이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강력하게 반대도 안하니
결혼하고 일주일만에 새색시를 집에 홀로 남겨두고 1박2일 낚시를 다녀온 전력을
익히 아는 사람 인지라..
아니 그런것 보다는 그동안 내가 보여줬던 모범적(?)인 생활이 더 강력 하게
제지하지 않는 원인이었겠지만요.
낚시 외엔 딴짓거리(?)같은건 안하니까.
이래서 부부사이의 신뢰라는게 참으로 중요 하다고 생각 합니다.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였을겁니다. 신뢰가 없다면 어찌 집을 비우고
밖으로 나돌아 다닐수 있겠습니까.
저는 낚시를 다녀도 주로 혼자 다니는걸 좋아 합니다.
사람들이랑 몰려 다니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낚시 하는걸 싫어 해서 항상 혼자 떠나지요.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기간도 안 정하고 무작정 짐을 꾸렸습니다.
텐트,식량 등등..
평소 점찍어 뒀던 충주호 인적이 드문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내 한번 철저하게 원시인이 되어보리라 다짐하면서..
비몽사몽간의 나날이었습니다.
졸리면 자고..
눈뜨면 일어나서 낚시하고..
시계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시간?
그거 뭣에 쓰는 물건이고?
낮과 밤이 따로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신선한 바람과, 햇볕과, 물과..
그리고 수염텁수룩한 한 사내와..
시간이 멈춰버린 호수가 있을 뿐이지요.
늦가을이고 호숫가라 밤엔 한기가 스며드는 좀 쌀쌀한 기온인데..
인위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곳이라서 그런지 별은 왜그리 빛나던지..
아십니까?
동 트기전 물안개 자욱이 내려 앉은 호숫가 모닥불 옆에서 마시는
진한 커피의 향을..!
내 영혼을 채우는 이 포만감을..!
이 여유로움을..!!
이거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낚시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낚시를 혼자서 어떻게 다니냐고 합니다.
도저히 적적해서 혼자서는 낚시를 못한다는 사람도 있고,
친한 사람이랑 같이 가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하는 낚시를 좋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스트레스 쌓였던것을 낚시터에 가서 술마시면서 떠들면서 해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것이 좋다 나쁘다 라고 할수도 없는..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겠지만
내가 낚시를 혼자 다니는 결정적인 이유는
철저히 원초적인 고독을 즐기고 싶어서 입니다.
이 세상에서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느끼며 ..완벽하게 백퍼센트 감정을
공유 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수 있겠습니까?
불가능 한 일이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중 똑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그런 영역이라는건 애초에
완벽한 공유는 될수 없도록 운명적으로 타고나나 봅니다.
다만 좀더 많이 공유할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요.
인간이 이세상에 올때 혼자 왔던것 처럼..이세상 떠날때도 혼자 가야만 하듯이
원래 고독한 존재 이기에..
고독속에서만 나라는 존재를 발견하기가 더 쉬운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강가에서..
혹은 캄캄한 밤 호숫가에서..
나는 누구일까? 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혹은 파라솔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낭만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좀더 너그러워 지고..
좀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거기 산이 있기때문에 산을 오른다"고 하는것 처럼
거기엔 사색 할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기에..
그래서 나는 좀더 나 자신과 가까이 있고 싶을땐..
훌쩍 떠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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