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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C[잡다한것들]/과학 읽을거리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하라!”

by 칠칠너래 2007. 3. 16.

기후 대재앙 대비 현대판 ‘노아의 방주’ 건설

 


전 지구적 대재앙을 대비한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가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북쪽 북극해의 한 섬에 저장고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지난 9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했다.

최후의 날 저장고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완벽한 방재 시설을 갖춘 저장고이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구에 있는 3백만 개의 씨앗 샘플을 보관하기 위한 지하 공간을 만들 계획이며, 이를 위해 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 3월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가 2008년까지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영구동토층 섬에 ‘최후의 날 저장소’ 건설

성서에서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에 대비해 지구의 동식물을 안전하게 지켜냈던 것처럼, 최후의 날 저장고는 지구적 대재앙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식량의 씨앗을 저장할 공간이다. 지구 ‘최후의 날 저장소’의 공식 명칭은 ‘스발바드 국제종자 저장고’(The Svalbard International Seed Vault)이다.

▲ 북극해 영구동토층 섬에 설치될 '최후의 날 저장고'  ⓒ

저장고에 보관될 종자의 종류과 수집ㆍ보관은 ‘지구 작물 다양성 재단’(GCDT, Global Crop Diversity Trust)이 맡게 된다. GCDT의 캐리 포울러(Cary Fowler) 이사는 “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모든 종류의 작물이 동굴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것 이외에는 가뭄이나 기후변화 등으로부터 작물을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하게 지켜낼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종자 저장고는 스발바드 섬을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하나인 스피르베르겐(Spitsbergen) 섬의 바위산 지하 120m에 건설된다. 포울러 박사는 스발바드 섬은 노르웨이 본토로부터 1천km 떨어진 북극해에 있어 저장고 건설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이 섬의 방사능 레벨을 조사했으며, 지질학적 특성은 물론 향후 200년간 격렬한 기후변화의 결과도 예측했다”며 “남극과 북극은 물론 그린랜드의 빙하가 녹아도 이 섬은 여전히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종자은행의 어머니 은행 역할

▲ 스발바드 섬의 위치. 노르웨이 본토에서 1000km 북쪽에 있다.  ⓒ
저장고는 몇 미터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이고 두 개의 기밀식 출입구와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진다. 축구경기장 절반만한 크기로 지어질 저장고는 미국 연방금괴보관소를 방불케 하는 보호벽으로 둘러싸인다. 이 저장고가 영구적이지는 못하겠지만 포울러 박사는 “거대한 산이 곰의 털처럼 저장고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 저장고의 기본 설립 목적은 기상 대이변으로부터 종자를 지키는 것. 하지만 세계 각국에 있는 종자은행을 백업하는 기능도 갖게 될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필리핀을 휩쓸었던 거대한 태풍으로 인해 필리핀 종자은행이 거의 초토화된 사례가 있다. 포울러 박사는 “2피트가 넘는 거대한 해일로 인해 종자은행이 진흙으로 뒤덮였다”며 “이런 사태는 종자은행에서 일어나야 할 마지막 일”이라고 말했다.

양귀비에서 코코넛까지 300만종 보관

‘최후의 날 저장고’에는 벼 10만종과 바나나 1천종을 비롯해 양귀비씨만큼 작은 씨앗에서부터 코코넛만큼 큰 것까지 모두 300만종의 다양한 씨앗이 보관된다. 하지만 종자 보관소 건설만으로는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를 위한 미래의 씨앗이 자동적으로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저장소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종자가 반드시 0℃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 실제로 저장소 내부 온도는 영하 18℃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매년 겨울 2차례씩 공기를 교체해줘야 한다. 그러나 핵 오염 등 공기를 교체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이 온다면 저장소를 덮고 있는 영구동토층이 그 기능을 대신할 것이다.

▲ '최후의 날 저장고'의 예상도  ⓒ

스발바드 섬에 종자가 일단 보관되면 이 시설은 사람의 간섭이 거의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산에 올라가 저장소 내부의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가를 점검할 뿐 상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포울러 박사는 설명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제안한 것은 1980년대였지만 보안상 이유로 중단되었다. 당시 옛 소련이 스피츠베르겐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전 종식 후 식물유전자원 국제협정에 따라 자국의 식량에 대한 합법적 보호가 허가되었고 이것은 저장소 계획 부활의 시작이 되었다.

포울러 박사는 “이 저장소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씨앗은행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종자은행 역할을 하지 않고 오직 엄청난 재앙이 닥쳐왔을 때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공 기자  scigong@ksf.or.kr

 

http://www.sciencetimes.co.kr/data/article/19000/0000018603.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