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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펌글]좋은글 모음

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小考 1

by 칠칠너래 2005. 10. 3.
 

이글을 쓴 사람은 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먹물의 가면"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 급에 속하지도
않고,유명한 매체에 필명을 날리는 사람도 아닌, 그져 평범한 네티즌에
불과 합니다.

그 자신이 예전에 몸담았던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함수 관계를 총 11편에 걸처서 쓴 글로서 에너지
문제에 관한한 인터넷에서 볼수 있는 가장 뛰어난 글이라고 생각되기에
이곳으로 옮겨봅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강력추천 합니다!!
중도에 포기 하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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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노무현 대통령을 알게 되고 또한 서프라이즈 라는 이름의 정치 웹진 사이트를 알게 된 인연으로, 저는 지난 5개월 동안 여러분과 글을 통해 소통해 왔습니다. 실로 뜻깊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50대 중반의 평범한 시민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난 30여년간 제 업무와 관계되지 않은 글을 써 본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올린 졸문들이 서프 편집진에 의해 대문에 걸리고, 상당수 서프인들의 귀중한 댓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들이 무슨 새로운 이론이나 명문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제 마음과 양심, 그리고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들을 여러 분들이 순수하게 인정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공대를 나와 한국의 대기업과 에너지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인보다 비교적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조우하며 살아 온 사람일 것입니다.
늘 생각하는 것을 즐겼고, 나를 일깨워 주는 여러 책들에서 만나는 인간들을 좋아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수렴되는 세계였습니다.
그러나 서프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과 나눈 소통의 내용은 기왕에 제가 경험해 온 것들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공감이었으며, 아픔과 기쁨의 나눔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대한민국 제 1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라고 불렀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제 자리에 돌아 오셔서 일하고 계십니다.
서프의 논객들과 네티즌 여러분이 그러한 역사에 동참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 모아 굴렸다는 사실에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보냅니다.
그러나 모두 생활인들인 우리가 언제까지나 정치를 중심축으로 한 이 수레바퀴에 매달려 있다는 것도 문제가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 사회가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이 바퀴만으로 굴러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혁을 희구해 왔습니다.
우선 급한 개혁과 그 개혁의 중심이 무엇이고, 개혁의 방향타를 누가 잡아야 온당한 것이냐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뭉쳐 싸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냉정한 눈으로 돌아 볼 때, 우리 사회에 개혁이 필요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며, 개혁의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대통령과 개혁적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두기엔 개운치 않은 우려와 걱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도 아닌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지적하고 직접 나서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민혁명은 분명히 완성된 것이 아니지만, 아니 이제 시작된 것에 불과하지만, 무언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혁명의 아젠다(의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당분간 그러한 화두를 중심으로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저는 「이 시대의 괴물  조중동과 한나라당」이라는 글을 통해,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라는 현실적 존재들이 우리 시대를 억압하고 있는 괴물의 본체가 아니라 그 몇 개의 촉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괴물의 본체, 그 뇌와 중추는 온전히 살아 있으며,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라는 촉수를 잘라 낸다고 이 괴물이 궤멸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며, 여러분들에게 물었습니다.
과연 이 괴물의 본체가 무엇이며, 그 치명적 급소가 어디냐고.
제가 말씀드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민혁명의 아젠다와 이 괴물의 본체와 급소를 파악하는 작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여러분이 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로
그 작업인 동시에, 결과물로  “하나의 완성된 개혁론”을 발견할 수 있기
바랍니다.
아마도 그 작업을 저 혼자 하기는 힘에 좀 부칠 것입니다.
서프인들의 도움을 공식적으로 청하며 호응을 기대합니다.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울트라 뷰 두번째 페이지에 있습니다.
 '이 시대의 괴물'바로가기)  

첫 번째 이야기 -  20세기는 어떤 시대였나


지난 20세기는 단순히 인류 역사의 또 다른 백년(Century)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극히 돌출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로 점철된 특이성(Singularity)의 시대였습니다.
두 번의 큰 전쟁이 있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적 경쟁 레이스가 화끈하게 펼쳐졌으며, 인권과 민주주의가 급속하게 성장하였으며, 세계가 이념의 블록화를 경험하였으며, 인류가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갔으며, 에너지의 중심이 석탄에서 석유로 이전하였으며, 컴퓨터를 통한 정보와 통신의 혁명이 시작되었고, 세계가 일일 생활권의 지구촌으로 변했으며, 유엔과 WTO 라는 세계적 조직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인간 정신에 대한 종교의 영향력이 퇴조하거나 정체되었다면, 과학의 인간 장악력은 놀라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카오스 이론 등은 인간이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과 차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인간 정신은 자신의 양심 이외에 어떤 속박이나 굴레도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예술과 인문과학 분야에서도 과거에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대하여 가히 혁명적인 재해석과 새로운 흐름들이 둑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기존의 인류 역사에서 권력이나 권위라고 평가되었던 것들은 거의 모두 해체되거나 재편성되었습니다. 가히 혁명의 세기였으며, 전 세계적 파괴와 중첩된 인간 문명의 재창조와 재편성의 시대였던 것입니다. 


만일 21세기 초입에 선 우리 인류가 다소 어지러워하거나 나아가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면, 그것은 인류라는 종(species)이 종전에 경험해 본 일 없는 지난 20세기의 격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때문일 것입니다.
인류는 20세기라는 특정 세기를 통해 인간 속성의 극단들을 체험하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잔혹한 폭력들에 상처 받았으며, 동시에 역사상 유래 없었던 인간의 이상과 창의성 그리고 박애주의의 폭포를 지나 온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과거 어떤 세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을 경험했으며, 동시에 가장 이념적이고 가장 파괴적인 세기의 터널을 지난 것입니다. 


비할 바 없는 지식과 부, 영양과 건강의 증진을 이루어 낸 세기였으며,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야만성을 겪었던 세기인 것입니다. 1억5천만 명 이상이 전쟁과 수용소, 기근 그리고 대량학살(mass murder)로 죽어간 동시에, 대량 생산(mass production)과 대량 소비(mass consumption), 매스 미디어(mass media)와 매스 엔터테인먼트(mass entertainment)를 향유한 세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가 종전의 무수한 세기들과 구분되는 가장 특이한 점은 인간이라는 종(Homo sapiens)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입니다.
니체가 죽던 1900년, 인류의 인구는 대략 16억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20세기 말 인류의 인구는 60억을 돌파하였습니다. 100년간 전쟁과 기근 그리고 인푸루엔자 등의 역병 등으로 무수한 생명들이 제 수명보다 빠르게 죽어갔으나, 인간의 개체수는 오히려 4배 가량 폭증한 것입니다.
20세기 100년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래 살아 온 역사의 1%에 불과합니
다. 99%의 시간 동안 지속된 완만한 증가 곡선이 단 1%의 시간 동안 4배의 높이로 점프를 한 것입니다.
그래프로 그린다면 하단을 완만하게 여행하던 선이 그래프 우단에 이르러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이 이런 인구 폭증을 초래한 것일까요.


한 마디로 20세기는 미증유의 혼돈(Chaos)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추구한 시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혼돈이 끝난 것도 아니며, 새로운 질서나 가치가 확립된 것도 아닙니다. 역사는 장부정리 하듯 결산하고 새로운 회기로 넘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말하는 모든 개혁도 20세기의 그러한 특징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앞에 말한 괴물의 정체도 그러한 노력 속에서 밝혀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다음 글에서 세상의 이해하기 힘든 현상 속에서 수학적 질서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인 “카오스 이론”에 대하여 논의하고, 그 이론에 기초하여 우리가 오늘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보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에너지나 자본주의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차례가 올 듯 싶습니다. 인내를 가져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먹물의가면 <서프라이즈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