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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小考 9

by 칠칠너래 2005. 10. 3.

유가 상승의 근본 원인
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小考  8


시사적 이야기 - 석유 가격


46불을 넘자,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공포로 확산되며, 제가 쓰는 이 글이 좀 더 시사성을 갖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의 다가오는 겨울을 위해서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헛소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물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석유의 고갈과 고유가 시대에 대한 전망을 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에 그렇게 자신 있다면, 저는 서프에 글을 쓰는 시간에 뉴욕 선물 거래소에서 매입전표를 끊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에너지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를 다소 거시적 역사 속에서 생각해 보고, 그것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오일 가격은 배럴 당 50불을 향해 가속을 붙이고 있는 것 같고, 주변의 상황들은 가까운 장래에 유가가 안정세나 하락세를 보일 전망보다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고유가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압도적인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신문이나 방송이나 거리에서나 모두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 들려오는 나라 아닙니까.


우리나라 금년도 경제 계획은 기본적으로 석유 도입 단가를 이미 휴지화된 OPEC Price Band인 22불~28불 대를 기준 삼아, 배럴 당 평균 26불을 넘지 않을 것이란 가정 아래 짜여졌습니다.
그런 전망을 한 경제부처를 비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완전 장악하고, 그 동안 12년간 경제 제재에 묶여, 노후화된 시설과 파이프 라인 등으로 인해, 생산능력 이하로 방출되던 이라크의 석유를 왕창 시장에 쏟아 부었다면, 그 예측은 오히려 비관적인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런 상황을 자신있게 예측한 사람도 있습니다. 루퍼트 머독이라고. 


우리 정부 관료에게 어떻게 베네주엘라 차베스 대통령의 신임투표와 연계하
여 유전 노조가 파업에 들어 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까.
푸틴이 유코스 회장을 감옥에 잡아 넣을 것을 예측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며,
미국이 이라크에서 이렇게 허우적 댈 것으로 내다 보기도 꼭 쉬운 일은 아닌
것입니다.
예측이 갖는 리스크가 현실화되었고, 그 정도가 좀 심한 것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유가의 움직임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곧 진정될 것을 기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우디는 다시 150만 배럴을 증산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산하겠다는 것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유가가 현재 말도 안 되게 높이 책정되었다는 립서비스와, 실제로 이익을 희생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입니다.  


현재의 시장 요인들 (Current Market Factors)
유가를 하락 또는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 (Down factors)


다음과 같은 요소들은 유가를 현재 수준보다 하락 시키거나 최소한 안정세를 가져 올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입니다.


1. OPEC의 증산 = 공식적으로 아직도 일산 150만~250만 배럴 정도의 증산이 가능하다고 말하나, 믿는 자는 없습니다.
혹 예상을 깨고, 사우디나 중동 산유국이 놀라운 돌관작업으로 증산 능력을 갖춘다 해도, 그들이 유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인류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자국의 자원 가치를 기부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2. 비 OPEC 지역의 석유 증산 = 북해,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의 증산 능력을 의미합니다.
유일한 실질적 가능성이 있으나, 이미 최대 생산량에 근접해 있으며, 모두 합쳐 일산 50만~100만 배럴을 넘기 힘듭니다.


3. 이라크의 원활한 석유 생산, 수출 및 증산 = 현재 가능성 제로


4. 수입국의 수요 감축 =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갑자기 석유 수요를 감축할 수 있는 능력은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 입니다.


5. 수입국의 비축 원유 방출 = 베네주엘라의 석유 생산이 중단되고, 이라크 석유 공급 능력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각 국은 비축 원유를 비상 방출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석유의 선물 가격을 더 높이는 쇼크와 동일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6. 투기적 수요의 냉각 가능성 = 제로가 아니라 큰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투기적 가수요와 공황 심리를 이용한 이익추구의 확산이 예상됩니다.


유가를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 (Up, up factors)


7. OPEC 생산 능력의 Peak 도달 또는 근접 뉴스 확산 = OPEC는 7월1일부터 일산 25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선언했고, 그것은 잠시 실행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가의 상승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그나마 지금은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의 증산은 진짜 증산이 아니라, 일정 비축량을 풀거나 한시적 오바의 결과로 판단됩니다. 


8. 이라크의 공급능력 저하 = 그 반대의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9. 이란의 감산 선언 = 이라크 시아파를 미국이 계속 학살하거나, 미국이 유엔의 대 이란 제재 결정을 유도하면, 이란은 수출량 감산을 선언할 수 있으며, 이것은 즉각 원유시장의 쇼크로 연결될 것입니다.
유가는 그 날로 60불을 넘어서 70불, 80불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10. 인도네시아의 석유 순 수입국 전환 = 지난 6월에 인도네시아는 OPEC국가 중 최초로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것은 일정 부분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지만, 아직 충분히 반영된 것이 아닙니다. 


11. 베네주엘라 유전 노조의 파업 =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만, 카스트로의 “비바! 차베스” 구호는 유가의 상승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노조 파업이 실현되면 이란 감산 선언 쇼크와 유사한 임팩트를 보일 것입니다. 특히 미국 경제에 큰 심리적 부담을 줄 것입니다.


12. 북해 유전 생산량의 감소 = 예상보다 급격한 생산량 감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13. 러시아의 생산량 감소 예측 = 러시아와 나이제리아는 지금 최고 생산량을 퍼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05년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임을 발표했습니다. 


14. 가수요 증가 = 각국은 초 고유가 시대의 위협을 느끼고 공급의 확보를 서두를 것입니다.
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의 가수요는 거대합니다.
그들의 성장률은 항상 인구를 감안하지 않으면 계량적 착시 현상을 줍니다.
게다가 중국 대경유전의 생산능력은 현격히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업친데 덥친 격입니다.


15. 현물시장 투기 증가 = BP는 금년 2/4 분기 이익이 39억불에 달했음을 발표했으나, 시장은 그 이익이 예상보다 적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메이저들은 역사적 이익규모 기록을 경신할 것이며, 현물, 선물 시장의 투기적 개입은 더욱 뜨거워 질 것입니다.


이상 15개 정도의 요인은 중첩된 것도 있지만, 실제로 모두 유가 상승 요인들입니다. 유효한 유가 하락 요인은 미미하거나 불확실한 희망입니다.


얼마 전, 이란 국영 석유 회사의 박티아리가 말했듯, 배럴 당 25불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간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세계 경제는 지난 몇 달 간, 유가가 40불 대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마치 눈도 껌벅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어차피 올 패닉이라면 미리 걱정해도 소용없다는 체념처럼 보였습니다. 
50불, 60불, 70불의 시대에도 그 의연함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유가 상승의 근본 원인(Principle Elements of Price Rocketing)


지금의 유가를 40불이라고 하고, 이 가격을 1973년 1차 오일 쇼크 때의 가격과 인프레이션을 감안하여 비교하면,
지금 가격은 1973년 가격의 대략 절반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1979년 이란 혁명과 함께 발발한 2차 쇼크 때 가격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물가의 앙등과 달러화의 하락을 감안 할 때, 지금 1979년 가격 수준이 되려면 대략 60~70불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배럴 당 2불 50센트에서 40불로 올랐다고, 석유의 실질 가치가 16배 오른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의 반값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유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유가 상승의 근본원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1. 공급능력이 수요를 쫓아 가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다. = 중국과 미국 등의 기름 먹는 하마들의 끝없는 식욕과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
(하루 220만 배럴을 먹어 치우는 우리 역시 새끼 석유 하마입니다.)   


2. 생산 능력의 한계(Oil Peak)에 이미 도달했거나 임박해 있다.


3. 석유 생산 및 공급의 불안 요인들이 많다 = 이라크, 베네주엘라, 러시아, 이란, 나이제리아 등의 불안정한 정세


4. 메이저와 투기세력의 물불 가리지 않는 이익추구 = 새로운 일이 아니나, 메이저들은 이번에 크게 한탕 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작은 요인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최근, 전직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수석부사장 이었던 사다드 알-후세이니는 오일 앤 가스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사우디의 개발된 확인 매장량은 1300억 배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사우디가 그 동안 말해 오던 수치의 대략 절반입니다.


2. 작년부터 금년까지, 로열더치쉘은 그들의 확보 매장량 수치를 과장했다는 스캔들로 인해 회장 등이 줄줄이 물러 났습니다.
한 순간에 쉘의 석유 자산 가운데 23%가 가상적 자산이었다는 것이 밝혀 진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3. 지난 18개월 간, 어떤 메이저 유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발전한 탐사 기술과 시추기술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상과 같이 분석할 때, 유가는 최소한 당분간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당분간이 얼마나 짧을 지, 길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수요>가 <공급>과 ('공급이 수요와’가 아니라) 균형을 맞추기 전에는, 기본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종전에는 무시할 수 있었던 조그만 문제들도, 이제는 유가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요인들이 되기 쉬워 졌습니다.
유가 저항력의 약화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종전엔 무시할 수 있었던 체첸 사태나 북해 유전의 잠정 셧 다운 같은 작은 국지적 사건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갖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 등 수요량 증가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고, 이라크 생산량 감소나 시장 불안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가격이 이렇게 뛰는 것이냐?


현재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의 폭력성이라고 정의 할 수 있습니다.
공급량이 1~2% 모자라면 가격이 5%나 10% 오르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배, 세배 오르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공급이 넘칠 때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거의 없습니다.
 
흥미 있는 것은, 공급이 반으로 줄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이익은, 1~5% 줄었을 때의 이익보다 훨씬 작다는 것도 그 메커니즘의 일부입니다.


공급이 50%나 모자라는 상황은 드문 일입니다.
그 전에 대체 상품이 나오고 수요가 다른 쪽으로 이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나 5% 정도가 모자를 때는, 대체 상품으로 옮겨가지도 못하고 (대체 상품의 시장이 적거나, 개발에 시간이 걸리므로),
공급자의 폭리를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때, 누군가는 말할 것입니다. 그 상품에 중독된 죄가 크다고.


그렇다고 이 폭리의 시대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경제가 침체하여 하강을 계속하거나 공황이 오면, 이번에는 수요가 급감하여 공급이 넘치는 상황으로 반전됩니다.
그러나 석유는 좀 특이합니다.
폭리 그룹이 존재하는 한, 현재의 석유 자원 가격은 경기침체와 불경기에 따른 수요 감소 국면이 가격 상승에 제동은 걸겠지만, 하락이나 폭락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특이성입니다.


석유는 엄밀한 의미에서 생산재가 아니라, 자연이 마술을 부려 포장해 둔 선물과 같습니다.
자연은 수십 억 년 전에 이 선물을 만들며, 더 이상 이 선물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통보했습니다.
따라서 수요 감소와 함께 공급감소도 진행됩니다.
저유가 시대는 영원히 지나간 것이 맞는 말이며, 끝없는 고유가 시대가 시작된 것 역시 맞는 말입니다.


인류는 심각한 경기 불황과 에너지 쟁탈전 속에서, 무언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발견하거나, 좀 춥고 덥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좀 많이 걸어 다니구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말을 하겠습니다.
가장 복잡하게 진화한 문명이 가장 취약한 것은 아마도 바로 그 눈에 보이는 문명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Oil Peak의 본질일 것입니다.
모기나 바퀴는 지극히 단순하나 인간보다 오랜 된 지구 거주자들인 것입니다.  


맺는 말 = 확인할 수는 없지만, 수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사람이나, 몇 백 년 전, 와이오밍의 인디언들은 아마 석유를 매우 귀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땅에서 스며 나오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만병통치약 비슷한 효험도 있고, 피라미드나 큰 건축물의 몰탈로 쓸 수 있어서였지만, 구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었던 것도 그 귀중함을 인식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석유를 상업적으로 채굴하여 원도 한도 없이 쓰고 있는 것이 인류를 위한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깊이 생각하여야 할 일입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현자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희망적 이야기를 못하고 우울한 날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저도 이런 이야기에 좀 물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많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희망에 찬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