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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C[잡다한것들]/etc(잡동사니들)

사람의 IQ는 변하지 않는다?

by 칠칠너래 2005. 10. 24.
사람의 IQ는 변하지 않는다?
 
 
‘스무고개’로 알아보는 뇌에 관한 진실과 오해 
 
인간의 ‘머릿속’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쯤이면 완전히 풀릴까? 소우주에 비교되는 미지의 영역 뇌에 대해 한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품고 있을까? 또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 한국심리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시사저널>이 정리했다.
 
인간의 뇌는 소우주와 비교되곤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또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최근 뇌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뇌에 관해 새로운 지식을 쏟아내고 있으며, 과거에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바꾸어놓고 있다.
 
한국심리학회(회장 정찬섭)는 8월20일 연세대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들이 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시사저널>은 심리학회의 협조를 얻어 조사 내용 가운데 가장 오해가 많거나 대중의 관심이 높은 문항 20개를 골라 싣는다. 읽기 전에 테스트를 미리 풀어보기를 권한다.
 
 
1. 늙으면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

사람들은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뇌의 크기가 죽을 때까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두뇌의 전체 용적은 감소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런 감소는 70세 이후에 두드러지며, 특히 측두엽이나 해마처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의 부피가 줄어든다고 한다. 늙으면서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 왼쪽 뇌와 오른쪽 뇌는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연산과 논리에 강하고 우뇌가 발달하면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양쪽 뇌의 역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한쪽 반구에 손상을 입은 경우 다른 쪽 반구에서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경우가 보고되었다. 정상인 중에도 양쪽 뇌에서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두 반구가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머리를 많이 쓰면 뇌 세포가 많아진다?

사람이나 동물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지식이나 능력을 쌓아간다. 그렇다면 그것을 저장하는 뇌 세포도 늘어나는 것일까?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세포 하나하나에 하나의 콘텐츠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뇌 세포가 늘어날 필요는 없다. 다만 머리를 쓸수록 뇌신경 세포들의 연결이 증가해 훨씬 복잡해지는 현상은 볼 수 있다.
 
4. 머리를 때리면 뇌 세포가 죽는다?

머리를 심하게 다치면 기억 상실에 걸리거나 바보가 되기도 하며, 심할 경우 식물인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꿀밤을 먹인다거나 출석부 따위로 때리는 정도로는 뇌 세포가 파괴되지 않는다.
 
5. 뇌는 직접 건드려도 고통이 없다?

뇌는 우리 몸의 모든 신경 세포를 주관하는 곳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신경이 없다. 따라서 뇌는 직접 건드려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머리를 맞을 때 느끼는 통증은 뇌가 아닌 주변 근육에서 전달되는 것이다.
 
6. 뇌파를 보고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공상 과학 영화를 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기도 하며, 심지어 다른 생각을 주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만 뇌파를 통해서 뇌의 어느 부위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가령 음식을 생각하고 있는지, 애인을 생각하고 있는지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이 짜장면인지 햄버거인지는 알아낼 수 없다.
 
7. 머리가 나쁜 사람은 좋은 사람에 비해 뇌 자체가 딱딱하다?

뇌는 순두부처럼 생긴 아주 부드러운 기관이다. 생물학적으로 딱딱한 뇌는 없다. 다만 은유로 쓴다면 의미 있는 표현일 수도 있다. 뇌의 신경망은 변화에 매우 유연해서 새로운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역으로 머리를 쓰지 않으면 뇌 또한 ‘딱딱하게’ 방치된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8. 아이들의 지능은 엄마를 닮는다?

다수의 가정을 표본으로 조사해보면 자녀의 지능은 부모에게서 30%씩 유전되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자녀 양육에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x염색체가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므로 엄마로부터 x염색체를 받고 아빠로부터 y염색체를 받는 아들의 지능은 엄마의 지능으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9. 뇌 표면에 주름이 많을수록 머리가 좋다?

이 또한 대다수가 ‘그렇다’고 믿고 있는 잘못된 상식이다. 고등 동물일수록 뇌에 주름이 많기 때문에 주름이 많을수록 지능이 높다는 말은 일견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이 다른 동물을 비교한다면 몰라도, 같은 인간 안에서는 비교 잣대가 될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다. 중요한 것은 뇌신경 세포들 간의 연결이 얼마나 복잡하게 되어 있느냐이다.
 
10. 사람의 IQ는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IQ는 나이에 따라 변한다. 지능은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20세 중반까지는 계속 증가하며, 그 이후 평탄해진다. 그리고 어휘력이나 상식처럼 경험과 지식에 기초한 능력은 70세 무렵까지 퇴보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이나 정보 처리 속도, 기억력 등은 40세 무렵부터 감퇴하기 시작한다.
 
11. 굽이 높은 구두는 뇌에 충격을 주어서 머리가 나빠진다?

굽이 높은 구두는 발끝에 체중이 실리게 하므로 척추와 무릎에 부담을 주고 걸을 때 뇌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
 
12. 컴퓨터나 휴대전화 같은 데서 나오는 전자파가 뇌 세포를 파괴한다?

전자 레인지에서 나오는 고주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그러나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나 휴대전화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파의 유해성은 아직 입증된 바 없다. 스웨덴의 한 연구기관이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매일 2시간씩 50일 동안 쥐에게 노출시켰더니 뇌 세포가 파괴되었다는 보고서를 낸 적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2시간씩 계속 통화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13. 심리 검사를 통해 뇌 손상 여부나 뇌의 여러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신경심리 검사와 지능검사 등을 통해 뇌 손상 여부나 뇌의 여러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신경심리 검사는 뇌 손상이 의심되거나 실제 손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억력·언어 이해력·표현력·읽고 쓰기·수리력·공간 지각력·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뇌 손상 여부와 정도, 그 부위를 확인하고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14. 자폐증은 부모의 양육 방식 때문에 생긴다?

오늘날 많은 연구 결과는 자폐증이 생물학적 혹은 뇌의 기질적인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이를테면 뇌신경 세포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이상이 있거나 뇌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폐증과 증상이 비슷한 정신 장애로 반응성 애착장애가 있다. 이것은 부적절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장애여서 환경이 개선되면 호전될 수 있다.

15. 치매는 한번 걸리면 치료할 수가 없다?

치매는 그 원인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치료 가능한 치매와 치료 불가능한 치매로 나눌 수 있다. 수두증·뇌경막하 출혈·갑상선 질환 등으로 인한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전측두엽성 치매·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는 치료하기 어렵다.
 
16. 치매를 예방하려면 운동보다 바둑이나 화투, 암기 같은 것이 더 좋다?

걷기 등산 요가 명상 단전호흡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 인지 능력 감퇴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여자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이 혈관성 치매 예방에 큰 효과를 낸다.
 
17. 머리(뇌)가 큰 사람이 머리도 좋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답은 아니다. 머리 큰 코끼리가 사람보다 지능이 낮은 것과 같다. 신체 크기에 비한 머리 크기의 비율로 보아도 다람쥐가 사람보다 크다. 천재인 아인슈타인의 뇌도 일반인들보다 크지 않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중요한 것은 뇌신경 세포들이 얼마나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느냐이다.
 
18. 상상을 많이 하면 뇌가 좋아진다?

상상하는 동안에는 외부 자극 없이도 두뇌의 여러 곳을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창의성이 높다고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지능은 창의성이나 상상력 이외의 많은 지적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반대로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지능 검사로 측정할 수 없는 정신 기능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19. 인간은 자기 뇌의 능력을 10%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뇌는 그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런 기관을 겨우 10%만 쓰고 방치한다면 생물학적으로도 너무 낭비가 아닐까. 실제 뇌는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만 손상되어도 언어·기억·주의·이론적 사고 등에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인간의 두뇌를 더 많이 계발하자는 계몽적 의도로 인해 이런 속설이 퍼졌을 뿐이다.
 
20. 태아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머리 좋은 아이를 낳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다. 지능 발달에 자궁 내 환경 요인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태교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태아의 지능 발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임신 25~34주째인 산모 90명을 대상으로 태교 음악을 들려주고 임상 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어떤 음악이 태교에 특별히 좋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도움말 주신 분:
강은주(서울대 핵의학과 교수) 김성일(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도경수(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 조용래(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김완석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스무고개 정답

1.○ 2.× 3.× 4.×/정도에 따라 다르다 5.○ 6.× 7.× 8.?/아들의 경우 그렇다는 연구도 있다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뇌 과학 발전 역사와 전망/“인간의 생각까지 통제하지는 못할 듯”

비록 그리스 시대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가 뇌를 마음의 자리라고 주장했지만, 17세기까지 인간의 두뇌는 자연과학의 탐구 대상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인가 둘인가 하는 철학 논쟁이 뇌에 가장 근접한 탐구 주제였을 뿐이다. 뇌가 자연과학의 연구 대상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20세기 이후였다.
 
뇌 연구가 전쟁과 사고, 인간의 실수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러시아의 임상의사 루리아 박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머리를 다친 상이 군인을 치료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군인은 집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다른 데로 간다든지, 장작을 팰 때 도끼가 자꾸 엉뚱한 데를 찍는다든지 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이 군인의 사례가 보고되고서야 인류는 눈이 제대로 보여도 보는 것이 아니라는, 다시 말해 ‘본다’는 행위는 눈을 통해 취합한 사물을 마음(뇌) 속에서 통합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950년대 의학계는 H.M.이라는 머리 글자로 불리는 사람을 주목했다. 그는 간질병 치료를 위해 뇌 조직 절제 수술을 받은 뒤부터 이상해졌다. 이 청년은 여전히 붙임성있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새로 자신의 치료를 맡게 된 의사와 마주칠 때면 늘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정중히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관찰 결과 수술 이후 경험한 것은 하나도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를 통해 의학계는 해마라는 뇌 조직이 기억과 중요한 상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쟁·사고·실수 같은 우연한 계기 통해 진전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야 한 걸음씩 진전되던 뇌 연구는 양전자 방출 촬영(PET)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86년 이후 인류는 영상으로 보는 뇌의 이미지를 통해 살아 있는 인간의 뇌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강은주 박사(서울대·핵의학과)는 “뇌의 비밀은 캐면 캘수록 무궁무진하다. 뇌는 그만큼 역동적이고 유연한 기관이다”라고 말한다. 가령 청각 장애자의 뇌에서 청각과 관련된 조직은 그냥 놀지 않고 다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역할이 바뀐다. 일반인이 점자를 배울 때와 후천적인 시각 장애인이 점자를 배울 때,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이 점자를 배울 때 쓰는 뇌의 부위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뇌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이 인간의 사고를 통제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뇌는 컴퓨터와 달라서, 세포 하나하나에 완결된 콘텐츠가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동을 통해 그때그때 사고를 조합해내기 때문이다.
 
뇌 연구의 발전은 인문·사회 과학과 자연과학, 철학과 의학, 심리학과 생물학이라는 전통적인 학문 영역 구분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정모 교수(성균관대·심리학과)는 “나노과학·생명과학·정보과학과 함께 인지과학이 21세기의 중심 학문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20세기 초반 철학의 영역에서 과학의 대상으로 자리를 옮긴 인간의 뇌가 앞으로 새로운 통합 학문의 주인공으로 재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