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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속 투명망토 사실일까?

by 칠칠너래 2005. 10. 24.
해리포터속 투명망토 사실일까?
[국민일보 2004-12-13 16:14]
과학교사들의 단골 해외연수지로 꼽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체험관의 일부 전시물이 이번 주말부터 국내에 선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파인아츠 궁전에 자리잡은 과학체험관 ‘엑스플로러토리움’은 1969년 프랭크 오펜하이머에 의해 설립됐다. 물리학자이면서 과학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프랭크 오펜하이머는 친형인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과학·예술·인류 등의 분야와 관련된 700여개의 전시물이 설치된 엑스플로러토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유리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인 전통적인 과학관의 개념을 바꾼 것으로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움직여보는 동안 평소 궁금했던 과학의 기본 원리를 배울 수 있게 했다.
 
서울대 물리교육학과 박승재 명예교수는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 완구들이 엑스플로러토리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을 정도”라며 “과학 현상에 대해 지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전시물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장점”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이 과학체험관에서 화려한 영상이나 첨단 과학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전시물에서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되는 68개의 전시물 가운데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본다.
 
△ 마술 지팡이(잔상효과)
 
레일로 된 공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지팡이를 흔들면 지팡이에 그림이 나타나게 된다. 지팡이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흔들면서 그림이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속에는 우리 눈이 보고 있던 물체가 사라져도 약 15분의 1초 동안은 물체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끼는 ‘잔상효과’란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
 
레일 사이의 빈 공간에 그림이 생기도록 초점이 조절된 영사기가 있지만 지팡이를 흔들지 않으면 그림을 볼 수 없다. 빛을 우리 눈으로 반사시키는 물체가 없기 때문인데,움직이는 지팡이로부터 조각조각 반사되는 그림이 잔상효과를 통해 전체 그림으로 보이게 된다. 영화나 텔레비전도 바로 이런 잔상효과를 이용한다. 텔레비전은 왼쪽 위의 끝점에서 오른쪽 아래의 끝점까지 전자빔이 움직이는데 30분의 1초가 걸리게 만들어져 있어,우리 눈은 1초에 30개의 영상을 보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 사라지는 유리막대(빛의 굴절과 반사)
 
유리로 된 막대와 렌즈를 어떤 액체가 담긴 수조 안에 넣으면 액체 속의 물체가 안보이게 되는 장치이다. 빛은 통과하는 물질에 따라서 진행하는 속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공기 속을 통과할 때보다 물 속을 지날 때 빛의 속도가 더 느리다. 빛이 두 물질 사이를 지나갈 때 이처럼 속도가 변하면 두 물질의 경계면에서 튕겨나가고(반사) 꺾어지게(굴절) 된다.
 
사라지는 막대는 파이렉스라는 유리로 만들었는데,수조 안에 담긴 액체와 파이렉스는 빛이 굴절되는 정도가 같다. 즉,빛이 액체 안에서 나아가는 속도와 파이렉스 막대 안에서 나아가는 속도가 같으므로 빛이 굴절되거나 반사되지 않아 막대를 볼 수 없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 공기 중에서 빛이 통과하는 속도와 같은 물질을 개발하면 굴절되거나 반사되지 않아 망토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그런 망토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해리포터처럼 자신의 몸을 숨길 수는 없다. 망토 자체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뿐 망토 안의 사람은 여전히 보이게 된다.
 
△ 무중력 거울(거울의 대칭)
 
큰 거울의 왼쪽 편에 있는 발자국 위치에 서서 전시물의 다른 쪽 끝에 있는 작은 거울을 본다. 거기에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면 오른쪽 발을 바닥 위로 들고 오른쪽 팔을 펄럭인다. 그러면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물은 거울이 물체에 대칭인 상을 만드는 점을 이용한다. 거울 뒤편에 생기는 모습이 자신과 똑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우리 몸의 반을 이어붙인 모습이다. 우리 몸은 좌우가 거의 똑같은 좌우대칭형이어서 몸의 반을 거울에 대고 비추면 마치 우리 몸 전체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간단한 원리에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막 위를 나는 자동차’가 탄생한다. 자동차 역시 좌우가 대칭인 물체이다. 자동차의 한쪽 면을 땅에서 들리게 하고 이 부분을 거울에 비치게 하면 공중에 뜨는 자동차 모습을 만들 수 있다. 배경에 사막 풍경을 넣고 이 같은 모습을 촬영하면 사막을 나는 자동차를 연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성규(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