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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小考 5(후)

by 칠칠너래 2005. 10. 3.

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소고(小考) 5-c2
미국이 원하지 않는 에너지 대란과 October Surprise
(다섯 번째 이야기 2번째 자락)


지난 토요일 새벽에 올린 다섯번째 글은 대략 절반 정도로 그쳤었습니다.
새벽에 토함산 석굴암을 방문할 계획과 집요한 모기의 공격이 원인이었습니다. 다시 이어가는 글입니다.


우선 댓글을 다신 분 가운데 “폴권”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분에게 한 마디 하고 싶군요..제 소고(小考)에 대해 무엇이 불만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이미 4년 전에 다 이야기한 내용이라고 주장하시며, 일몽님에게 물어 보라고 하시던데, 폴권님이 4년 전에 쓴 글을 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군요.
먹물의가면이 서프를 알게 된 것이 불과 7개월 전이고, 이 소고를 시작한 것은 2개월 전입니다.


더구나, 지난 토요일 글은 금년 5월 하순, 베를린에서 열린 ASPO 3차 연례회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년 전에 설마 4년 후에 열리는 국제회의의 내용을 모두 글로 예언하셨다는 말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님의 댓글이 제 글에 대한 가치 있는 발언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관점을 설명하셔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dieoff 같은 사이트의 내용은 참으로 귀중한 것들입니다만, 저는 제 글의 에너지 관련 부분에 대한 자료로 dieoff에 있는 내용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자료와 경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이미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적 자료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제가 살아 오며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과, 인터넷 세상에 나와있는 많은 글과 자료들을 조사하여 제 작은 머리 속에서 정리하여 나름의 언어로 써서 올리는 것입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 미국무성, 에너지성, 국방성, Foreign Policy in Focus, Countercurrent.org, Platt, 유엔 인구관계 연구자료, 조지 오웰, Collin Campbell, Dr. John Coleman, 노암 춈스키, 미셀 푸코, 파인만,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1,2차 대전 역사, 카오스 이론, Rand Corporation 미군사력 재배치 연구, 국제 원자력 기구 및 그 링크 싸이트 등등, 모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도록 많은 자료들을 보며 쓰고 있는 글이란 말입니다.


글 제목의 반은 에너지이고, 반은 자본주의입니다.
그러나 제가 쓰는 글의 궁극적 결론은 에너지나 자본주의 어느 것에 대한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서프 독자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끝은, 에너지와 자본주의라는 2개의 이야기 축을 통해, 지금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진정한 힘의 정체와 소재, 그리고 그것들의 목적과 예상되는 결과입니다.
폴권님, 제가 쓰는 이런 글들이 당신이 4년 전에 쓴 내용과 같은 것입니까?
그렇다면, 부디 그 글들을 서프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제가 더 이상 쓸데없는 일에 땀을 흘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무작정 남의 글을 자신이 오래 전에 이야기 한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말하
며, 누구에게 물어 보라는 말은 글쓰는 자의 의욕을 꺾고,
정체 모를 의혹의 불씨를 던지는 것입니다.
결코 매너 있는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I must caution you that OPEC is only one factor that impacts oil prices and that higher crude oil production does not guarantee that there is more gasoline available for US consumers.”
 
 - Saudi Arabian Minister of Petroleum and Mineral Resources Ali al-Naimi in Oil&Gas 2004 May 3 

 

원유 가격과 미국의 11월 대선


원유 가격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대하여 다음 글에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배럴당 40불 근처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과 그에 연동하는 북해산 및 중동산 원유들의 가격은,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약 30년간의 가격 변동 역사를 놓고 볼 때, 최고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원유 가격은 곧바로 휘발유나 디젤 등의 연료 소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약 2년 전, 미국 운전자들은 갤런 당 약 1불 10센트 정도를 주유소에 지불했습니다. 지금 그들은 대략 2불 10센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젤 가격의 상승을 감안하면, 그들은 이미 갤런 당 3불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있어 가스 값은, 비유하여 말하자면,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어 전세값 폭등과 같은 의미를 같습니다.
전세값이 폭등할 때, 일반 서민들은 생존 양식에 대한 위협을 느끼며, 그러한 위협의 근원이 잘못된 정책을 펴는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선을 바라는 미국 대통령이라면, 유권자들의 그러한 분노와 불안을 직면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 말 잘 듣는 현임 대통령을 앞으로 4년 더 써먹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이제까지 제 글을 읽은 독자라면, 제가 그런 세력의 존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들 또한 주유대 가스값 표기가 갤런 당 3불을 넘어 설 경우, 현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유대 가격 표시가 1불 썸싱으로 내려가면 재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본 글(다섯 번째 이야기) 작은 제목인 October Surprise는 그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들과 위싱톤 네오콘들의 주력마인 부시가 11월 대선에서 다시 1등으로 골인하게 만들려면, 금년 10월 이전에 어떤 Surprise가 필요하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가스 값의 하락인 것입니다.
그 다음이 아마 딕체이니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시키고 콜린 파월을 부통령 후보로 만드는 것이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거나 폭살 시켰다는 CNN의 영상 보도가 나오는 것도 효과적 서프라이즈가 될 것입니다.


미국 일반 유권자는 공화당을 지지하든 민주당을 지지하든,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자와 미국인의 정신적 에고를 만족시키는 자를 대통령의 기본 자질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정신적 에고를 일시적으로 제고 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아브 그라이브 만행과 상원 보고서가 나온 지금, 이라크 전쟁은 전체적
으로 볼 때, 부시의 정치적 부채로 계산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사우디가 3백만 배럴 정도를 증산하여 원유값을 하향 안정시키
는 트리거 밸브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부시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시 뒤에 서있는 그들 역시, 고유가로 인한 단기 순익을 즐겁게만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우디가 그런 유가 조절 밸브 기능을 상실한 이유가 사우디의 석유 생산 인프라 및 기술적 한계, 그리고 오일 피크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에게 널리 인식된다면, 현물 시장의 원유 가격이 단 기간에 50불에서 70불까지 치솟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UAE 등은 모두 나름대로 자이안트 유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자이안트 유전들은 이 중동 산유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유전들이기도 합니다.
큰 것이 먼저 눈에 띄고, 퍼올리는 것도 용이하니까,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자이안트의 공통점은 이제 거의 메말라 가는 우물들이란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임팩트를 갖는 유전은 역시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대 유전 지대들입니다.
30년 넘게 온갖 현대적 채유 기술을 동원하여 퍼올린 이들은 실로 늙은 것만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극히 피로해진 상태입니다.


자이안트 유전은 모두 초기에는 자체 압력으로 분출하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곧 그 압력은 평형을 유지하게 되고, 펌프질을 해야 하는 우물이 됩니다.
펌프의 파이프는 점점 깊어져야 하고, 필요한 양유 헤드(Oil Lifting Head; Required Pressure to Lift Up the Oil)는 높아져야 합니다.

물과 달리 유전은 다른 저유지에서 계속 흘러 들어 오는 오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큰 유전도 펌프질만으로 퍼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서구 메이저들은 워터 인젝션(Water Injection) 기술을 개발, 유전 속으로 고압의 물을 쏘아 저유대(Oil Reservoir)의 압력을 인공적으로 높힙니다.


이렇게 채굴된 원유는 물과 원유를 분리해야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기술과 자본의 투입을 요구하는 인프라입니다.
그런데 사우디 최대 유전은 이 방법을 넘어, 지금 소위 바틀 브러싱(Bottle Brushing) 방법이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이 긴 병안에 남아 있는 기름을 긁어 내기 위해, 긴 파이프 끝에 수평으로 뻗어 나간 드릴링 파이프를 연결, 그 끝에서 물을 분사하는 것입니다.
유전을 병처럼 거꾸로 들고 흔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 수평 헤드를 물이 치면 그 유전은 그 순간 죽음입니다.
유전의 지질학적 피로도란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토록 최대 자이언트들이 혹사당하는 동안, 크고 작은 새로운 유전들이 육지와 해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이 자이언트들의 생산량 감소와 매장량 저하분을 메꾸기에 급급한 것들입니다.
새로운 유전의 생산량이 이들 늙어 가고 고갈된 유전의 생산량 감소를 커버하지 못하는 시점이 바로 오일 피크인 것입니다.

사우디는 아직도 최대 매장량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나라임에는 분명하지만, 사우디 사막 속의 상태는 이렇게 조용히 오일 피크를 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전 세계 공지사항이 되는 것은 중동 산유국에도 미국에게도 그리
고 "그들" 에게도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원유값의 급등은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모든 사람들이  원유의 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이미 도달했음을 알게 되면,
인류는 사활을 걸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총력 투자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전 세계적 산업 구조의 개편과 문명적 몸부림으로 연결될 것이 자명한 것입니다.  


수소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수소의 가연성과 폭발력에 기초한 것입니다.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물의 전기분해를 통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소 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초과하는 전기 에너지의 투입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로는 경제성 있는 에너지원이 아니며, 이것이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수소는 장기적으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동성 있는
(transportable) 유일한 연료 대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다 현실적 대체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나 풍력, 조력 등입니다.
그리고 실제 전세계 대체 에너지 시장의 앞날은 이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원자력과 수력, 그리고 석탄과 같은 부존자원들이 어느 정도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어렵지만 절망스러운 것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문제는 지금, 미국이란 초강국과 "그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적극적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석유라는 에너지가 인류의 에너지 대안이 자리잡을 때까지, "너그럽게" 계속 발견될 것처럼 환상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정책적 행위의 목적이 무엇이든, 지금 그 환상이 깨지면 당장 가스값이 7불로 뛰어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다는 것 같은 하찮은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은 요원한 연료 혁명이 당장 필요하게 됩니다.
거대 GM이나 현대가 자전거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봉착하고, 모든 대중은 전기나 초전도 레일위를 달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산업국가의 전투력은 비행기, 탱크, 구축함, 트럭 등의 연료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평가 잣대가 될 것이며, 그러한 것을 몇 대, 몇 척 가지고 있는가는 부차적 기준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인텔리젼트 빌딩은 갑자기 인기가 떨어지고, 가장 원시적 형태의 저에너지 소모형 주택들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미디어 산업은 제한 송전에 의해 죽어가고, 화석 연료에 의존한 전력 공급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석유라는 에너지의 유한성을 간과한 대가는 문명적 혼돈으로 치룰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문명적 혼돈이란 무슨 말일까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뉴요커(New Yorker)들이 그들의 주말여행을 자전거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인류가 지난 100년간 이루어 온 문명적 진보가 사실은 자신을 외통수로 몰아 넣는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석유 에너지는 철강과 전력 같은 산업의 기초적 자산들을 물처럼 사용하는 시대적 오류를 범하게 만든 원인이며,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한 농산물의 증산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게 만들었으며,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자동차를 공회전 시키는 낭비를 큰 죄악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석유문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부당하게 왜곡시키고 이간시킨 것과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컴퓨터나 TV를 켜 놓고 주무신 일은 없는지요.
(저는 늘 그랬습니다)
냉장고나 진공소제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요.
큰 실린더 용량을 가진 자동차를 부러워하지 않습니까?
차를 3년 정도면 새 차로 바꾸는 것이 기업, 나아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셨을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같은 네온과 불빛의 거리를 문명의 당연한 모습으로 여기며 살아 온 것이 아닙니까?
한 번쯤 다시 생각하시는 것도 더운 여름철 좋은 피서책일 것입니다. ^-^


오늘은 이 정도에서 그치고, 다음 글은 정말^-^ 3번째 글의 끝에서 약속한 글로 돌아 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