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자본주의에 대한 小考 - 6
쎄븐 시스터즈(Seven Sisters)와 록펠러
하루에 7800만 배럴의 석유와 2700억 입방 피트의 천연 가스.
세계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양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2020년에는 지금보다 약 40% 이상의 에너지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일 수십 억 차례, 스위치를 올릴 때마다, 키를 돌릴 때마다, 또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즉각적으로 에너지가
전달된다.
움직임을 만들고, 거래를 창출하며, 수십 억의 제품을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안전하고 튼튼하며 효율적인 것으로
만들어 낸다.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없으면 안 될 요소가 되었다.
너무나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모든 사람의 삶과 너무나 긴밀하게 얽혀 있기에, 에너지는 사실상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저 에너지의 존재를
기대하고 요구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에너지에 대한 세계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임무는 더욱 더 거대하고 중요한 것이 되었다.
에너지 산업은 많은 측면에서 이 세계의 가장 필수적인 산업이 되었다.
엑슨모빌,
그리고 에너지 산업 전 분야에 있어, 이러한 에너지 수요를 현실적으로, 획득 가능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충족시키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세계 어떤 에너지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와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있어 우리가 아무리 성공적이라 해도, 미래의 에너지 수요는 더욱 커질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Exxon Mobil Corp.의 2003년 기업 홍보 자료에서
발췌
여섯 번째 이야기 - 쎄븐 시스터즈(Seven Sisters)와 록펠러
Exxon Mobil은 현재 자산 규모로 분류할 때, 전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국가가 운영하거나 투자하지
않은 사기업으로 세계 최대 석유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 시대엔 Exxon이 Fortune 500리스트에 늘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회사로 랭크되었으며, Mobil은 2위에서 5위 사이를 차지하는 기업이었다.
그들은 비교적 최근(1998년), 에너지
업계의 1위 자리를 위협하는 다른 초국가기업들의 추격을 의식, 기업합병을 통해 Exxon Mobil 이라는 이름으로 면모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엑슨과 모빌은 원래 한 뿌리에서 탄생했던 기업들이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 20세기 초 미국
원유/정유 시장을 독점하는 형태가 되었고, 이것은 당시 안티-트러스트 운동과 맞물려 미국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 결과,
1911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록펠러의 스탠다드 트러스트를 36개의 베이비 스탠다드로 분할 시킨다.
엑슨은 당시 스탠다드 뉴저지를,
모빌은 스탠다드 뉴욕을 모태로 하는 자매 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약 88년 후에 재 결합한 것이 바로 엑슨 모빌 코퍼레이션인 것이다.
2차 세계 대전이 종식된 후, 세계 석유 시장에는 소위 쎄븐 시스터즈라고 불리는 7개의 메이저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었다.
△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ritish Petroleum), 현재 BP Amoco
△ 걸프 오일(Gulf Oil
Company), 현재 쉐브론(Chevron Corp.)의 일부
△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Petroleum/Shell
Oil)
△ 소코니 버큠(Socony-Vacuum), 모빌(Mobil)의 모태이며 현재 엑슨 모빌
△ 스탠다드 오일
캘리포니아(Standard Oil of California), 현재 쉐브론
△ 스탠다드 오일 뉴저지(Standard Oil of New
Jersey), 엑슨의 모태, 현재 엑슨 모빌
△ 텍사코(Texaco Inc.)
위에서 알 수 있듯, 이 7개의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모두 앵글로 색슨 계열의 기업이며, BP와 로열 더치 쉘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기업이었다.
이 5개의 미국 기업은 또한 모두 록펠러의 스탠다드 트러스트에서 분리된 새끼 스탠다드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7개
거대 기업들은 상호 출자와 합작 등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 석유 시장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던 또 하나의 자매가 있었다. 그것은 프랑스 최대 에너지 기업 CFP로, 이
회사는 다른 7 자매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이란과 이라크의 석유 이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쎄븐 시스터즈, 이태리어로
Sette Sorrelle라는 말을 만들어 앵글로 색슨 카르텔을 맹공한 사람인 이태리 국영석유회사 ENI의 회장 엔리코 마테이(Enrico
Mattei) 입장에선, 프랑스를 포함하여 8자매라 부르며 공격하는 것이 전략상 불리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쎄븐 시스터즈의 해체가 아니라,
이들의 카르텔에 ENI, 즉 이태리를 끼워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1911년 미국에서 36개로
쪼개졌던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석유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스탠다드 트러스트의 변천 도표-첨부 파일 참조)
그리고 그들의 수장 노릇은 늘 Exxon의 몫이었다.
흔히 석유 수출국 기구, 즉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을 석유
카르텔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1960년 OPEC 결성을 확정지은 것은 사실 당시 Exxon의 회장이었던 몬로 래스본(Monroe
Rathbone)이 주도하던 쎄븐시스터즈 카르텔이 내린 결정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OPEC이란 카르텔은 쎄븐시스터즈라는
카르텔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유국들의 안티-카르텔 카르텔(Cartel against Cartel)이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쎄븐시스터즈들은 중동 및 베네주엘라 등의 석유를 자신들이 결정한 공시가(Post price)로 파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판매 수익을 해당
산유국과 50대 50으로 나누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1960년 엑슨의 레스본 회장이 직면한 문제는 일종의 공급 과잉에서 오는 가격 경쟁 문제였다.
즉, 소련이 앞에서
언급한 이태리의 ENI에게 쎄븐시스터즈의 공시가격보다 배럴당 60센트 싼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같은 쎄븐씨스터즈끼리도 일본 같은
시장에
큰 폭의 할인가격으로 팔았던 것이다.
게다가 소련이 인도 같은 시장에도 덤핑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그 문제란, 수익은 경쟁으로 인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공시가격에서 일정율의 경비를 제외한 계산상의 수익
50%에 해당되는 금액을 산유국에 지불해야 하는 당시 시스템은 쎄븐 시스터즈의 이익을 잠식하고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손해를 볼 상황은 물론 아니었고, 단지 이익율이 다소 낮아지는 상황이었을 뿐이다)
즉, 위협적인 소련의 저가 오일 공급에 대항하여 시장 점유율과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시가의 하향 조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쎄븐 시스터즈내에서도, 그리고 엑슨 이사회에서도, 주류 의견은 이러한 수익율 악화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산유국에게
전가하는 것보다, 서로 타협하여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록펠러에게 보고하는 래스본의 입장이 그런 의견들을 묵살하게 된다)
이때 엑슨은 산유국들과 마주 앉아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는 방법을 취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쎄븐시스터즈 간의 회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포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미 1959년에 18센트를 하향 조정한 공시가를 다시 일방적으로
내리겠다는 세븐시스터즈의 결정에 가장 분개했던 것이 당시 사우디 석유상이었던 압둘라 타리키(Abdullah Tariki)와 베네주엘라 석유 장관
페레즈 알폰소(Perez Alfonso)였다.
그리고 이들의 주도로 1960년 9월 1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우디,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베네주엘라 등 5개국을 멤버로 하는 OPEC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때의 분위기를 전하는 말로, 당시 중동
산유국 가운데 가장 친미적이며 이스라엘에도 석유를 팔고 있었던 이란의 팔레비 샤 국왕이 한 말을 인용한다. “공시가를 더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합리적 생각이나 그러한 결정을 사전 동의 없이 내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후, 소련의 석유 덤핑은(쎄븐시스터즈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소련 입장에서야 얼마든지 정당한 시장경쟁이었을 뿐이다)
동구 위성국가들에게 공급하기도 바빠진 소련의 수출 여력 감소로 문제가 되지 않았고, OPEC의 반카르텔 단합은 산유국간의 자중지란으로 그림의
떡이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국제 석유 시장의 구조란 것이
1960년 이전부터 2004년 현재까지, 결코 자유 시장 경쟁원리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유가를 포함, 모든 국제
석유 시장의 중요한 변화들은 언제나 이 두 개 카르텔간의 이해관계,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엑슨-모빌로 대표되는 시스터즈들의 담합과 조작에
의해 결정되어 온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들이 선택한 입장은 미국 행정부의 입장과 정확하게 일치되어
왔다.
지금 이들은 쎄븐시스터즈가 아니라 엑슨모빌, 쉘, BP-amoco, 그리고 쉐브론-텍사코 등 Four Sisters가
되어 있다.
참고로, 엑슨모빌, 비피-아모코, 쉐브론-텍사코 3개 회사는 아직도 1911년 분할되었던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에
속했던 35개 회사들 가운데 14개 이상을 그 치마폭에 감싸 안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오일 쇼크라든가 유가 급변 등이 주로 중동 산유국 콧수염 멋진 왕족들이 롤스로이스나
걸프스트림 자가용 비행기가 몇 대 더 필요해서 만들어 내는 탐욕의 제물인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현재 이란, 이라크,
베네주엘라,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알제리아, 인도네시아, 리비아, 나이제리아, 카타르, 그리고 아랍토후국연합(UAE) 등 11개의 멤버
국가로 구성된 OPEC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사실과 괴리된 인식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아랍 및 기타 지역 산유국의 원유를 판매하는 회사(대개 국영 석유회사란 명칭을 가지고 있다)들의 소유권은, 1920년 9월 17일 로열더치
쉘, 앵글로-이란니안 그리고 스탠다드 오일간에 체결된 석유 가격 책정 카르텔 합의문에 기초하여, 아직도 쎄븐시스터즈를 근간으로 하는 국제적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겉으로 막강해 보이는 이 OPEC이란 존재는,
아랍의 석유 자원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세력이 이들 카르텔임을 숨기고, 마치 국유화 돌풍을 거쳐 모두 중동 산유국들에게 넘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쎄븐시스터즈들의 교묘한 위장술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언뜻 생각할 때, 미국 알래스카 프루도베이 유전의 채굴권과 그 원유 운반 파이프 라인은 당연히 미국적 기업인 엑슨모빌이나
쉐브론-텍사코가 갖고 있어야 마땅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적으론 브리티시 페트롤리움과 엑슨이 합작으로 소유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에너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미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석유도 아닌 자국의 자원을
왜 타국과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엑슨이나 모빌 등이 자본력이나 기술력이 딸려서 비피를 끌어들여 공동 소유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요즘 우리 기업을 외국 헤지펀드 등에 넘기는 것과 비슷하게..
물론 그렇지 않다.
미국과 미국의
에너지 자본이 알래스카 석유 자원과 그 파이프 라인이라는 에너지 동맥의 상당 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영국의 비피에게 양보한 이유는 돈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이 1911년처럼 또 다른 안티트러스트 열풍에 휘말려 강제로 쪼개지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다국적 소유
형태로 분산 방어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일 뿐이다.
프랑스의 CFP(Companie Francaise de Petroles)를 포함한 앵글로색슨계 오일 메이저들은 실제 중동만이
아니라, 소련,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웬만한 유전은 모두 합작과 투자 등의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는 실체적 독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나 자원도 일단 그 공급 사이드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이상, 그 시장의 모든 변화는 그들의 정책 또는 통제에 따라 일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며, 에너지 자원이라고 예외가 아닌 것이다.
유가가 20불에서 40불로 뛰면, 중동의 산유국들 세수만 두 배 이상
세배, 네배까지 늘어 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메이저의 순수익도 앉은 자리에서 그만한 배수로 증가하는 것이다.
소련이나
중국 등, 일견 메이저의 지배하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자원국의 수입도 그것이 직접 메이저의 구좌로 분배되어 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유한 또 다른 갈쿠리인 거대 상업은행들의 손을 거쳐 들어온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미국의 거대 상업은행이 이사회를 개최하면 참석자의 3분의 1 정도는 오일 메이저들의 이사들이 차지한다.
반대로
오일 메이저들의 이사회에는 거대 은행의 이사들이 그만큼 참석한다.
미국의 금융권력과 에너지 권력은 우리나라 조중동과 재벌들의 혼맥
이상으로 강한 법적 혼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 가족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언론과 재벌의 유착관계가 정치권력과 어떤 함수관계 또는 조폭적 동지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즉, 미국의 경우, 에너지 자본과 금융자본의 유착이 언론권력 및 정치권력과는 어떤 위상관계를
갖고 있는가?
오늘은 여기서 끊고, 다음 글에서 계속하고자 한다.
먹물의가면(서프라이즈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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