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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C[잡다한것들]/etc(잡동사니들)

고미술 위조-이그림 진짜야, 가짜야?

by 칠칠너래 2006. 4. 13.
파리에서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다니엘 탐프롱 화랑. 96년 이 갤러리는 요절 작가인 바스키아의 작품을

가짜인지 모르고 팔았다가 된통 망신을 당했다.

주인은 쩔쩔매면서 그림 값을 환불해 줬다.

97년 엔 독일에서 붙잡힌 한 위조범이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400여 점을 유통시켰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바람에

유럽의 미술관이 발칵 뒤집혔 다.

위조범의 무용담은 부호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미술품 위조의 역사는 유구하다. 세계적인 미스터리로 꼽히는 중국의 〈부춘산거도〉만 해도 원나라 때 작품이니

천년을 넘는다 할 것이다. 상고 시대 토우부터 현대 디지털 아트까지. 문제는 오직 돈. 비싸기만 하다면 무조건

표적이 된다.

인도에서 방금 짜낸 양탄자를 무굴 제국의 유산으로 변장시키는 과정 을 보자. 흙탕물에 담갔다가 소를 시켜

짓밟게 한다. 너덜너덜해지면 값이 10배 이상 뛴다. 중국에선 청동제품에 푸른 녹을 입히기 위해 온 갖 꾀를 쓴다.

화학 약품 처리는 물론이고 부식토에 파묻기도 한다. 러 시아 이콘(성상화)은 스탈린에 의해 국가적으로

복제된 경우. 그리스 정교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이콘은 서유럽인들에게 폭발적인 인 기를 끌었다.

스탈린은 가짜 이콘을 서구에 ‘수출’, 막대한 외화를 챙겼다.

미술품을 부장했던 선조들도 도굴 가능성을 예측하긴 했다. 무덤을 보 호한다고 부장품을 일부러 훼손했던 것.

조선 시대 무덤을 보면 대개 함께 들어 있는 분청사기의 목 부분이 무참히 깨져 있다. 분청사기 노 리고 무덤을

파봐도 별볼일없으니 아예 그만 두라는 뜻이다. 중국에선 똑같은 무덤을 아예 두 개 파놓고 진짜와 가짜를 따로

묻었다. 당대에 이미 위조가 이뤄진 셈이다.

최근 전 고미술협회장 및 고화수선업자가 미술품 위조 혐의로 구속되 면서 다양한 위조 수법이 검찰에 의해

공개됐다. 표구 과정에서 두꺼 운 종이를 여러 장으로 분리해내는 ‘앞·뒷장 떼기’. 작품을 사진으 로 찍어

슬라이드로 돌려서 그대로 떠내는 ‘환등기 모사’…. 위조는 동서양화·공예품 등 전분야에서 이뤄진다.

먼저 동양화를 보자. 동양화 위조의 관건은 종이다. 몇 백년 묵은 것처 럼 누렇게 바래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군데군데 피어 있는 곰팡이, 탈 색된 흔적도 필수적이다. 위조범들은 ‘바탕색’을 위해 한지를 재나 된장,

혹은 인분(人糞)에 잘 재워둔다. 항아리에 묻고 볕바른 양지에 내놓으면 몇 달 후 원하는 색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때론 불에도 살짝 그슬리는데 이렇게 해도 완벽하다곤 볼 수 없기 때문에 동시대의 민화 를 구입, 그림을 싹 지워

버리고 그 위에다 다시 그리기도 한다.

감정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낙관. 그림에 찍혀 있는 낙관을 보고 도장 자체를 똑같이 제작, 다시 찍기 때문에

때문에 진품과 위조품을 구별할 수 없다. 가짜에 찍힌 도장 자체가 ‘진짜’이기 때문이다. 게 다가 위조범들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낙관만 위조하는 사람, 종이만 다루는 사람, 글씨만 쓰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모두 다르다.

골동품의 경우 제작 공정은 한층 복잡해진다. 고려청자의 경우 갓 구 워낸 도자기의 빤지르르한 윤택을 죽이기

위해 연탄불로 굽는다. 연탄 도자기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천년 자기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는 다.

지난 96년 물의를 빚은 가짜 총통 사건의 경우 당사자인 골동품상 ㅅ씨를 둘러싸고 “그의 집 정원에는 화공

약품으로 처리한 철물이 무 수히 묻혀 있어 풀이 안 날 지경”이란 소문이 돌았다. 철물은 거북선 총통 같은

고미술품으로 둔갑, 고가에 팔려나갔다.

현대 미술이라고 가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타깃은 최고가를 받 는 박수근·이중섭. 무수한 덧칠을 통해

독특한 마티에르를 얻어내는 박수근의 경우 비교적 위작이 쉬운 편이다. 많은 ‘꾼’들이 모사를 시도했으나

화면 전체가 탁하고 구질구질해지는 경향이 있어 식별이 가능하다. 박수근은 정감 있으면서도 샘물처럼 맑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중섭은 화면을 압도하는 힘찬 터치 때문에 흉내내기 매우 어렵다. 가짜를 찾아내기도 쉬운 편.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몇 차례 감정 의뢰를 받았는데 선을 보면 이중섭인지 아닌지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는 붓질에 왠지 자신이 없다는 것. 고독이 빠진 빈 자리는 표가 난다는 해석이다.

생존 작가도 거물이라면 위작의 대상이 된다. 천경자의 <미인도>가 대표적인 예. 당시 천 화백이 내 자식

아니라며 길길이 뛰었음에도 받 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많은 화가들이 자기 작품의 진짜와 가짜를 구별 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생존 작가 중엔 자기 작품을 못 알아보고 위작이라고 역정냈다가 가 족·친구의 증언으로 진품임을 후에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와 관련 한 미술계 인사는 “감정인이나 화가나 모두 사람인데 때로

실수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구에선 위조품 첩보국(영국·CIB) 등을 운영, ‘가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피터 로우 CIB 부소장의

한 인터뷰 말. “위조품 범죄는 선진국의 경우 마피아 등 폭력 조직과 연계돼 있다. 러시아와 동아시 아

국가의 경우 정부가 위조품 사업을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는 실정 이다.” 전문 감정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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