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人間을 이해하는데 필수이론… 종교와
분리돼야"
진화론은 종교를 대신하는가
마이클 루스 美플로리다大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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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루스 교수 |
인간과 사회는 끝없이 진화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기다리게 되는가. 진화에서
도태한 종(種)과 개체(個體)는 의미 없는 낙오자일 뿐인가.
1859년 생물학자 다윈이 ‘종(種)의 기원’을 펴낸 뒤 진화론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유물론과 함께 20세기 사상의 초석이 된 진화론의 독선과 오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생물학 철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마이클 루스 미국 플로리다대 석좌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이 “특히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과학이론”이라면서도 그것이 도그마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석학강좌를 위해 한국에 온 그를 배국원 침례신학대 교수(종교철학)가 심층 인터뷰했다.
생물학 철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마이클 루스 미국 플로리다대 석좌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이 “특히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과학이론”이라면서도 그것이 도그마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석학강좌를 위해 한국에 온 그를 배국원 침례신학대 교수(종교철학)가 심층 인터뷰했다.
▲배국원=구조주의의 거장인 레비 스트로스가 말했듯이 20세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가장 중요한 사상가는 마르크스·프로이드·다윈 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와 프로이드의 사상은 이미 철저히 비판되고 해체되었습니다.
과연 다윈에 대한 평가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21세기에 어떤 의미를 지닐는지요.
▲루스=우선 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윈의 진화론은 현대과학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2, 3개 이론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바로 며칠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종류의 인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윈의 진화론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다윈주의는 아직도 기독교 교회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배=진화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진화론이 생명 기원에 관한 하나의 작업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자연과학적 이론의 ‘객관성’ 주장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일부 현대철학자들의 시각도 진화론의 학문적 위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루스=진화론이 생명 현상에 관한 과학적 이론이라는 사실은 확고합니다. 먼저 진화론은 진화의
경로, 곧 발생학적 계보를 밝혀 줍니다. 대략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었고 40억년 전에 지구가 생성되었습니다. 2억년 전쯤에 포유류가
등장하고 6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망한 다음 400만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 인류의 흔적이 나타났으며 불과 100만년 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현재의 인간 종이 출현하였다는 진화론적 사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큼 분명합니다.
▲배=진화론의 핵심은 곧 ‘자연선택’ 이론이라고 합니다. 생명체가 적자생존의 투쟁을 통해
자연적으로 진화한다는 자연선택 개념은 특히 기독교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생명을 설계하고 감독하는 절대자의 섭리와 의지를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루스=바로 그 점이 다윈이 의도하였던 사항입니다. 그는 기독교인이었지만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있어서는 신을 철저히 배제하길 원했습니다. 다윈은 신학과 과학의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오늘날 대다수의 과학자들도 이
원칙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배=그렇지만 다윈 자신도 자연선택 개념에 불만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진화 과정에 나타난 일종의
‘목적’ 혹은 ‘설계’ 개념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오늘날 다윈주의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루스=자연선택 개념 자체에 대한 다윈의 확신은 분명했으나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없었습니다. 유전학, 계통발생학 등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다윈이 진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목적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무릇 서구 사회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어떤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물의 목적, 즉 목적인(目的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다윈과 그의 후학들은 ‘목적’이나 ‘설계’라는 서구 문화의 전통적 개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목적 혹은 설계 개념은 현대 다윈주의자들에게 있어 진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은유(metaphor)’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만약 진화 과정에서 어떤 목적성이나 설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과연 누가 그런 목적 혹은
설계를 부여했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됩니다. 최근 일군의 기독교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로서의 창조주 이론은 바로 이 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스=1990년대 등장한 지적 설계자 이론은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지금은 ‘창세기’에 기록된 것처럼 세계가 정확히 6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반면에 최근 들어 복음적 기독교학자들은 생명체의 복잡한 구조를 강조하면서 누군가가 설계하지 않고서는 이처럼 정교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없었으리라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복잡성’ 혹은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는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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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의 학문적·현실적 의미, 종교와 진화론의 관계, 생명과학의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마이클 루스 교수(왼쪽)과 배국원 교수./ 전기병기자 |
▲루스=1990년대 등장한 지적 설계자 이론은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지금은 ‘창세기’에 기록된 것처럼 세계가 정확히 6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반면에 최근 들어 복음적 기독교학자들은 생명체의 복잡한 구조를 강조하면서 누군가가 설계하지 않고서는 이처럼 정교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없었으리라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복잡성’ 혹은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는 이론입니다.
이런 주장들이 많은 과학적 증거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특정한 기독교 세계관의
옹호를 위해 지나치게 강변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대다수의 현대 진화론 학자들은 진화의 목적을 설명하기 위하여 창조주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부합니다.
▲배=진화론과 창조론, 과학과 신학이 서로 다른 문법을 가졌으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화론의 수호자로 명성 혹은 악명이 높은
루스 박사께서 창조론에 대하여 보다 유화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흥미롭고 놀랍습니다.
▲루스= 10여년 전부터 나는 혹시 진화론이 다른 의미의 교리적 독단에 빠질 위험이 없는지에 대해
염려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진화론자들은 다윈주의가 생명체의 모든 비밀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고 진화론적 물질주의의 전능함을 신봉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물론 여전히 창조과학자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러나 이제 비판의 시선을 우리 진화론자들 자신에게 돌려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배=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를 놓고 과학자와 신학자들은 오랫동안 많은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는 복제, 줄기세포 연구 등 생명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루스=사실 복제 문제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지만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반면 줄기세포 연구는
앞으로 이를 통해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는 등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예정이고 특히 한국이 이 분야에서 자랑스럽게 앞장서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이후의 새로운 종, 혹은 ‘포스트 휴먼’의 출현 가능성을 과장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인간이 지금보다 더 높은 생태학적 공간을 차지하여 보다 우월한 종으로
진화되리라는 생각에 비판적입니다. 가령 인간은 핵무기를 개발할 만큼 뛰어난 지성을 갖추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조정
능력을 계발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나는 인류가 언젠가 자멸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랍니다.
■ 이 대담은 한국학술협의회(이사장 김용준)와 대우재단,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하는 제6회 석학연속강좌 ‘진화론의 철학’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루스 교수는 4일과 5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서울YWCA 4층
대강당에서 ‘다윈주의와 종교’ ‘다윈주의와 철학’이란 주제로 잇따라 공개 강좌를 갖는다.
(대담·정리=배국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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