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간략히 정의한 바와 같이 지구 멸망은 지구가 파괴되거나, 사라지거나, 혹은 생물이 아예 살 수 없는 죽은 별로 전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상상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50억년 후의 예정된 죽음 외에 과연 이런 사태를 불러 일으킬만한 강력한 힘이 존재하기는 하는지도 일견 의문스러울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제부터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규모가 규모니 만큼 일단은 지구 내부의 자연적 변화나 인간에 의한 파멸보다는 우주적인 재앙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일단 지난 시간에 혜성이나 소행성의 충돌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그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소행성이 얼마나 자주 지구에 충돌하는 파악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지구 표면의 2/3 가 물로 덮여 있을 뿐 아니라 땅 위에도 많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지난 수십억년 간 만들어진 충돌 분화구(크레이터)를 육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거대한 충돌 흔적이라도 수만 년이 지나는 동안 이끼와 나무로 덮이고, 풍화작용에 의해 그 가장자리가 완만해 지면서 일종의 분지처럼 변해 버린다. 지름이 수 킬로미터를 넘어서는 큰 크레이터일 수록 이런 식별 불가능성은 더욱 높아 진다.
그래서 최근에 이르러서야 항공기나 위성 관측에 의해 이런 크레이터의 흔적들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에 잠깐 소개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거대한 크레이터는 물론, 이런 경로로 발견된 흔적들은 상당수 있다.
드물지만 지구상의 건조한 지역에 만들어진 크레이터 중에는 현재까지도 그 모양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 아리조나 사막에 있는 베링거 크레이터다. 이 충돌 분화구는 약 5만년 전에 지름 45미터 정도의 소행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직경은 1.3 킬로미터로 멕시코나 캐나다의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지만 비교적 젊은 데다가 매우 건조한 지역에 떨어진 관계로 아주 실감나는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이런 구체적인 형태와 파묻힌 흔적들을 모두 합쳐 약 150개 정도의 충돌 분화구가 확인된 상태다.
그러나 이렇게 지구상의 충돌 자국을 추적해 보는 것보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훨씬 간단하고 논리적인 방법은 다른 천체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달의 경우 지구와는 달리 대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지각의 활동도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수십 억년 전부터의 크레이터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달의 표면은 이런 자국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소행성이 계속적으로 각각의 행성에 떨어지고 있다면, 게다가 중력과 크기가 지구에 비해 훨씬 작은 달이 이런 상황이라면 지구에는 훨씬 많은 수가 떨어진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지구의 경우 두꺼운 대기 덕택에 그 중 대부분이 타 없어지거나 튕겨 나가기 때문에 실제 땅에 도달하는 수는 훨씬 적고,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살아 생전 소행성이나 유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재앙을 경험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크기와 무게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낙하 과정에서의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 돌덩어리로 된 소행성은 거진 다 태워 버릴 수 있지만 철이나 니켈로 만들어진 쇳덩어리의 경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또 무게가 1천 톤을 넘어서는 물체는 지구 대기권이 속도를 감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이런 소행성은 결국 거의 온전한 상태와 속도로 지상과 충돌하게 된다. 이때 충돌 속도는 최하 초속 12 킬로미터이고 흔히 초속 30킬로미터에 달한다. 거대한 물체가 이런 속도로 땅에 떨어지는 경우 그 충격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다.
학자들은 넓이가 20 킬로가 넘는 충돌 분화구가 보통 백만 년에 두세 개 정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이 경우 매번 지구상의 자연과 생태계에는 상당한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TNT 몇만 톤 정도에 해당하는 충돌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중임에도 그 대부분이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참고로 히로시마 원폭은 TNT 2만 톤의 위력이었다.
따라서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크기의 소행성이 다시 떨어진다면 인류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거의 멸종에 가까운 상황에 빠져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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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중력으로 계속 가속된 소행성은 충돌 직전 초속 30킬로미터, 즉 시속 십만 팔천 킬로로서 음속의 백배, 광속의 만분의 일에 달하게 되고 지구 대기권을 단 1초 만에 통과한다. 충돌 지점 주변의 온도는 태양 표면인 6천도까지 올라가게 되며 그 열과 충격파, 그리고 밀려나고 다시 흡입되는 공기의 폭풍과 파편 만으로도 수백, 수천 킬로미터 내의 모든 건물과 생물은 파괴되고 만다. 즉, 만약 지구 대기에 의해 불붙은 혜성을 잠깐이라도 눈으로 본다면 다음 순간 여러분은 모두 죽어 있는 것이다. |
물론 정의상 이것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할 수는 물론 없지만, 만약 그보다 더 큰 물체가 바다가 아닌 땅에 떨어진다면 결과는 그보다 훨씬 더 참혹할 수 있다. 물론 바다에 떨어지는 경우도 엄청난 파국을 동반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로, 얼마 전의 지진 해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세계적인 해일 사태는 물론 기타 다양한 영향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수천만, 수억의 인명 피해가 날 것임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여하튼 충격의 직접적인 임팩트 만큼은 물이 상당부분 흡수하게 된다.
하지만 단단한 땅에 떨어졌을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수천 톤의 무게는 물론 지구 전체의 질량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크기지만, 그 무지막지한 속도 때문에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중고등학교 때 배우셨겠지만 운동 에너지의 양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천 톤에 달하는 단단한 쇳덩어리가 마하 백의 속도로 단단한 땅에 부딪혔을 때의 파괴력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괴멸적인 수준일 수 밖에 없다.
그 예로 아래 사진을 보자.
이것은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아이어피터스'(Iapetus)로 몇 년 전 매우 근접한 위치까지 다가간 탐사선 카시니가 찍어 보낸 것이다. 직경이 달의 절반보다 조금 작은 이 위성은 얼핏 그저 달처럼 많은 분화구가 표면을 덮고 있을 뿐이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사진 중앙과 우측 구석에 엄청난 크기의 크레이터 흔적 두 개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로서 이 작은 위성이 과거 어느 시점엔가 겪었을 파국적인 충돌의 경험을 짐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자국들이 아니다. 사진이 중앙부를 다시 자세히 보면 왼쪽부터 오른쪽 끝까지, 위성의 중앙 전체를 반으로 나누고 있는 일종의 돌출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호두의 중간에 나 있는 접합부처럼 보이는 이 직선 라인은 거의 완벽하게 적도에 걸쳐져 약 '6만 피트'(18 킬로미터. 에베레스트 산의 두 배) 높이로 수천 킬로를 뻗어 있다. 이는 카시니가 찍은 다른 많은 사진에도 명확히 찍혀 있기 때문에 그림자나 렌즈의 오류가 아니다.
인류의 천체 관측 역사 중 가장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거대한 '벽'의 정체는 아직 오리무중이고 온갖 추측과 이론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화성 인면암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리처드 호글랜드는 이 벽과 기타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들어 이 위성 자체가 실은 일종의 인공구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 확실한 정체야 물론 알 길이 없지만, 이게 무엇이든 간에 외계인의 용접 자국이라기보다는 그 위쪽에 있는 거대한 두 개의 크레이터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저 정도 면적을 차지할 만큼의 큰 크레이터가, 그것도 두 개나 비슷한 크기와 깊이로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물체에 의한 연속 타격 자국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지난 시간에 언급한 슈메이커/레비 혜성처럼 한 개의 물체가 두 세 개로 나뉘어져 한 행성이나 위성을 때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만약 저 정도의 엄청난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일으키는 지질학적인 영향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따라서 그 결과 저런 직선의 벽이 등장할 수 있는지 또한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상태에서 (인공물이 아닌 한) 저것이 가능한 경우는 더더욱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행성 충돌이 별의 내 외부 구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아래 화성의 사진을 보자.
중앙에 보이는 크레이터 같은 것은 사실은 '화산'들이다. 특히 왼쪽의 가장 큰 것은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올림퍼스 산'으로 에베레스트의 3배 높이에 달하는데, 이런 초거대 화산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엄청난 충돌에 의한 분출이 그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래는 또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구석에 문제의 화산들이 보이고, 그 우측이자 사진 중앙에 거의 화성 표면을 덮어 버릴 듯한 거대한 '흉터'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흉터는 길이 수천 킬로, 너비 2백 킬로, 깊이도 7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인데. 아마도 거대한 소행성 (이 정도 규모라면 소행성이 아니라 웬만한 위성 수준이다)의 충돌 자국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학자들은 그 충격으로 반대편의 대륙 규모 지각이 우주 공간으로 퉁겨 날아가 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 반대편 북쪽의 광대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3 천 미터나 지대가 낮다.
사실 화성에는 달이나 다른 위성들보다 훨씬 작은 수의 크레이터가 있을 뿐이고, 따라서 어쩌면 과거 어느 시점에는 화성에 지금보다 훨씬 짙은 대기가 존재했을 지도 모른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공기 저항이 떨어져 내리는 대부분의 소행성을 태워 버리고 이어 풍화 작용으로 그 자국마저 없애 왔을 수 있고, 그런 조건하에서라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당시 어떤 생명체가 있었던 간에 저런 엄청난 충돌은 그 대부분을 싹 쓸어 버렸을 것이 분명하고, 이어 화성을 아예 생명이 다시는 생겨날 수 없는 수준의 별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현재 화성의 심한 타원 궤도 또한 여기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만약 공전 궤도가 바뀐다면 자연계의 균형이 완전히 깨지기 때문에 그 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죽음' 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는 점, 말할 필요도 없다.
출처 :http://www.nomad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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